컨텐츠 바로가기

04.30 (화)

[사설] 美, 주한미군 예산 전용 검토… 한·미동맹 현주소 말해준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미국이 한미연합사령부의 전시 지휘통제시설인 경기 성남의 ‘탱고’ 지휘소와 전북 군산 공군기지에 배당된 예산을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에 전용할 수 있도록 했다. 탱고 시설에는 올해 1750만달러(약 197억원), 군산 공군기지 무인기 격납고 사업에는 지난해 5300만달러(약 600억원)의 예산이 배정됐다. 내년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층 결집을 위해 주한미군 예산을 국경장벽 건설에 돌릴 수 있도록 조치한 것이다.

탱고 지휘소는 유사시 한미연합사의 두뇌 역할을 하는 지하 벙커시설이다. 육·해·공군을 망라하는 작전 지휘소로, 핵무기·생화학무기 공격에 대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외부 지원 없이 2개월간 생활할 수 있게 만들어진 비상시설이다. 한·미 양국군은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에도 불구하고 전시작전통제권의 한국군 전환 때까지 탱고를 유지하고 시설을 개선할 계획이었다. 군산 공군기지는 오산기지와 함께 대표적인 주한 미 공군기지이자 한·미 공군 전투기가 함께 배치된 유일한 기지다.

미 국방부가 국경장벽 건설 예산으로 전용하기 위한 국방분야 사업 목록을 의회에 보내면서 주한미군 예산 전용 관련 사실이 알려졌다. 물론 주일미군의 가데나 공군기지 사업과 독일의 5개 주둔기지 사업도 대상에 올랐고, 아직 예산이 확정되지 않은 일부 국방사업도 포함됐다고 한다. 예산 전용 여부는 미 의회의 검토를 거쳐 확정된다. 그렇지만 북핵 위기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주한미군 예산을 다른 곳에 사용하려는 것은 한·미동맹의 끈이 약화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주한미군 예산이 전용되면 전시작전 수행에 차질을 빚을 것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탱고 지휘소 시설개선 예산이 전용될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는 역할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한국에 주한미군 주둔비용 분담금을 대폭 증액하라고 요구하면서 한·미동맹 균열 가능성이 제기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연합훈련을 고비용 ‘워게임’이라고 지적하며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고, 주요 한·미 연합훈련이 최근 줄줄이 폐지되거나 축소되고 있다. 한·미 연합훈련에 이어 주한미군 핵심시설 예산까지 줄어들면 미군 전력이 약화될 뿐 아니라 한·미동맹이 또다시 흔들릴 수 있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되는 게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한·미동맹 약화를 막기 위한 외교적 노력이 절실한 때다.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