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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먹리뷰] '팔도비빔면' 아니고요. '괄도네넴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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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늦은 오후. 지면 기사를 후다닥 마감하고 멍하니 회사 메일함을 뒤적이다가 눈이 확 뜨였다.

<팔도, ‘괄도네넴띤’ 출시>

피곤해서 글자를 잘못봤나. 다시 눈을 닦고 보아도 ‘괄도네넴띤’이 맞다. ‘팔도비빔면’ 35주년 기념으로 팔도가 한정판 상품 ‘괄도네넴띤’을 냈다. 만약 이 소식이 지면 기사로 실렸다면, 하마터면 신문 지면에 ‘괄도네넴띤’이라는 글자가 대문짝만하게 박힐 뻔 했다.





우선 ‘괄도네넴띤’이 무슨 외계어인가 싶은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고 넘어가자면, ‘팔도비빔면’이라는 글자를 착시효과를 노려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야민정음체(디시인사이드 국내야구갤러리+훈민정음)’로 바꾸어 쓴 단어다. 얼핏 멀리서 보면 ‘괄’이 ‘팔’로, ‘네넴띤’이 ‘비빔면’으로 보이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멍멍이’를 ‘댕댕이’, ‘세종대왕’을 ‘세종머앟’으로 바꾸는 등의 표현이 ‘야민정음체’라고 불려왔다.

눈치가 빠르다면 금방 알아채겠지만, 이 ‘야민정음체’의 핵심은 최대한 짧은 글자 안에 얼마나 절묘하게 변환이 되느냐가 관건이다. ‘팔도비빔면’은 무려 5글자 중 4글자가 ‘야민정음체’로 변환 가능한 글자인지라, 특정 브랜드의 상품명으로는 드물게 예전부터 야민정음체의 대표적인 샘플로 애용돼오던 단어다. 아무리 35주년 한정판이라곤 해도 이런 인터넷 밈(meme)을 직접 상품명으로 쓰다니 마케팅팀과 그 위의 결정권자분들이 생각보단 유연한 사고의 보유자라는 것을 미루어 짐작이 가능했다. 이를테면 바밤바가 몇주년 기념판으로 ‘바밤바 밤맛나는 바밤바’라는 이름의 한정상품을 만드는 것과 비슷한 급이랄까.

이 ‘괄도네넴띤’은 21일 현재 아직까지 오프라인 매장엔 풀리지 않았으며, 인터넷 쇼핑몰 11번가를 통해 구매가 가능하다. 한정상품으로 500만개를 생산했다.

‘괄도네넴띤’의 특이점은 이름 뿐이 아니다. 기존 팔도비빔면보다 5배 맵다.

일단 ‘괄도네넴띤’의 맵기는, 매운 정도를 측정하는 스코빌지수에 따르면 기존 비빔면에 비해 5배 매운 ‘2625 SHU’다. 맵기로 유명한 삼양 불땡볶음면이 4044SHU고, 한정 상품으로 나왔던 핵불땡볶음면이 8706SHU였으니, 이런 것과 비교하면 그렇게까지 매운 것은 아니긴 하다..고 생각하고 먹어봤는데 조금 후회했다. 원체 매운 것을 잘 못먹는 입맛이긴 하지만 1봉을 끓여 먹는 내내 ‘쓰읍하’란 추임새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못먹을 정도’는 아니었다. 기존 팔도비빔면의 ‘매콤새콤’한 맛은 그대로 살린 채 맵기만 조금 더 매운 느낌인데, 처음 입에 넣었을 땐 별 다른 점을 못느끼다가 두발짝 정도 늦게 얼얼함이 찾아온다. 그렇게 조금씩 쉬엄쉬엄 먹다보면 어느새 냄비가 밑바닥을 드러낸다.

최종적으로 평가를 다섯글자로 내려보자면, “상당히 맵다”. 그리고 “일단 먹어봐” 정도가 될 수 있겠다.

왜 이런 평가를 내렸을까. 궁금하신 분들은, 자세한 내용을 영상에서 확인하시길.

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이아름 기획자 areum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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