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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못난이 농산물’의 인생 역전…나주에 전국 첫 ‘푸드 업사이클링’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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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022년 10월 서울 서초구 농협유통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직원들이 못난이 농산물을 선보이고 있다. 농협유통은 맛과 영양소는 그대로면서 가격은 최대 60% 저렴한 ‘살 맛나는 못난이 농산물 모음전’ 행사를 진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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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나주시는 전국 최대 배 주산지다. 전국 생산량의 2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과수원에서 생산된 배가 모두 소비자들을 만나는 것은 아니다. 정상 유통되는 배는 전체의 70% 정도로, 출하 크기에 미치지 못하거나 상처가 난 배들은 유통되지 못한다. 태풍 등으로 나무에서 떨어지는 낙과 피해도 상당하다. 이런 배들의 일부만 배 음료 등으로 가공돼 판매됐다.

하지만 다양한 성분을 함유한 배는 여러 상품으로 개발할 수 있다. 배는 미백 효과가 있는 알부틴을 많이 포함하고 있으며 미세플라스틱을 대체할 수 있는 성분도 있다. 이들 성분을 활용한 치약과 화장품 등의 개발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배 껍질로는 종이도 만들 수 있다. ‘못난이 농산물’로 불리며 대부분 폐기됐던 농산물의 ‘인생 역전’ 이다.

이처럼 상품 가치가 떨어지는 농산물과 축산물 등을 고부가 가치 식품이나 제품으로 만드는 ‘푸드 업사이클링’ 사업이 국내에서도 본격 시작된다.

나주시는 14일 “전국에서 처음으로 푸드 업사이클링 기술개발과 상품화를 제원하는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2026년 완공예정인 연구센터 건립에는 국비와 지방비 106억원이 투입된다.

국내에서는 생소하지만 푸드 업사이클링은 이미 새로운 식품 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aTFIS)의 ‘식품시장 뉴스레터’를 보면 전 세계에서 연간 폐기되는 식품은 13억t으로 추산되고 있다.

각종 식품의 30% 정도가 폐기된다. 이로인해 곳곳에서 식량 불안정과 막대한 재정 손실이 발생한다. 환경 문제도 심각하다.

식품 재사용하는 것을 넘어 이 재료들을 활용해 새로운 상품을 만드는 푸드 업사이클링이 확대되고 있는 배경이다. 미국에서는 닭고기와 채소 부산물, 연어 껍질로 스낵을 만든다. 캐나다에서는 맥주 부산물로 베이글과 바게트 등 빵을 생산한다.

aTFIS는 2022년 기준 전 세계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 규모가 530억달러(72조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2032년에는 시장 규모가 833억달러(114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에서도 저렴한 가격으로 정상 유통이 어려운 농산물을 정기 배송하는 플랫폼이 등장했다. 기름을 짜내고 남은 콩으로 만든 식물성 고기 등도 있지만 푸드 업사이클 산업 활성화와는 아직 거리가 있다.

넓은 평야에서 각종 농산물이 많이 생산되는 나주는 푸드 업사이클링 최적지로 꼽힌다. 나주에서 매년 나오는 배 부산물은 연간 2100t에 이른다. 쌀겨와 맥주를 제조하고 남은 부산물도 각각 3000t과 2000t에 달한다.

나주에는 호남 최대 규모의 도축장도 있다. 소와 돼지뿐 아니라 오리와 닭 등 가금류 도축장도 있는데 연간 도축 부산물은 26만t 정도다. 이 부산물들을 활용해 스낵과 음료, 종이, 화장품, 반려동물 사료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윤병태 나주시장 “푸드 업사이클링 산업 선점을 위해 나주의 풍부한 농·축산물과 인프라를 활용해 나주에서만 생산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라고 말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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