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우리땅,우리생물] 장수와 행운의 상징, 두루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세계일보

겨울철 특히 설날을 지나 새해가 되면 보고 싶은 우아한 친구가 있다. 다름 아닌 장수와 행운의 상징으로 알려진 두루미이다. 고개를 치켜들고 ‘뚜루루루’ 하며 서로 의사소통하는 두루미의 자태와 우렁찬 소리는 어떤 새에서도 느낄 수 없는 매력을 지녔다. 세계적으로 15종류의 두루미가 남미를 제외한 대륙에 분포하고 있고, 우리나라에는 두루미, 재두루미, 흑두루미 등 7종의 두루미류가 겨울을 나기 위해 찾는다.

두루미는 중국 헤이룽장성의 자롱습지, 산장평원과 러시아 힝간스키, 블라보브첸스크 등지의 광활한 습지에서 번식하고 가을이 깊어지면 고향을 떠나 남쪽의 우리나라와 중국 얀첸지역으로 삶의 터를 옮긴다.

오늘날 우리나라에서 두루미를 볼 수 있는 곳은 철원, 연천, 파주, 강화 정도로 비무장지대가 있는 곳이거나 인접한 곳으로 한정돼 있다. 부산 동래지역에 학춤이 전승되고 있는 점이나 과거의 표본 기록을 보면 두루미가 경상도와 전라도까지도 넓게 분포했지만 인간이 사용하는 지역이 확대되면서 두루미가 살 수 있는 곳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필자가 두루미를 좋아하는 이유는 쉽게 보기 어렵다거나 지구상에 3000여 마리만 남아 있는 멸종위기 종이라는 점만은 아니다. 먹이를 먹을 때 번갈아서 한 마리는 주변을 경계하는 이타심과 배려를 배울 수 있으며 25년 전 철원에서 배우자의 주검 옆을 지키다 탈진한 채로 구조된 두루미 사례는 배신과 반목의 뉴스가 난무하는 요즘 우리에게 던져주는 묵직한 이야기라서 좋아했나 보다.

어렵게 찾아 온 한국 땅에서의 생활도 그리 녹록지만은 않다. 추수하고 남은 볏짚을 가축의 사료로 사용하려 마구 수거하는 바람에 낙곡을 주로 먹는 두루미와 기러기들은 훨씬 먼 거리까지 먹이를 찾아 헤매게 되었다. 아무쪼록 철새와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방안이 마련되고 실천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김진한·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 Segye.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