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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기억 없다는데…'재판거래·블랙리스트' 스모킹 건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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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조사 마친 檢… 비공개 소환 앞두고 ‘숨고르기’ / 7개월간 수사기록과 진술 분석 / 휴일 반납한채 혐의 입증 주력 / 박병대·고영한 동시 영장 가능성 / 영상 녹화 동의 양 前 대법원장 / 진술내용 해석차 원천봉쇄 의지 / 다음날 재출석… 신문조서 열람

세계일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과 양 전 대법원장 측이 향후 비공개 소환 조사를 앞두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검찰은 휴일을 반납하고 지난 7개월간 수사 기록과 양 전 대법원장의 진술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는 등 혐의 입증에 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지난 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상대로 약 14시간 동안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검찰은 이날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전범 기업’인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양 전 대법원장이 개입했는지를 조사하는 데만 약 7시간을 쏟아부었다. 해당 혐의는 양 전 대법원장이 박근혜정부 청와대 부탁을 받고 강제징용 재판 절차를 고의로 늦췄다는 의혹에서 비롯됐다. 양 전 대법원장이 받고 있는 40개 혐의 중 가장 큰 부분이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한·일 관계 개선을 추진하던 박근혜 전 대통령 측 요청을 들어주고 대신 ‘상고법원’ 설치 및 법관 해외 파견처 마련에 지원을 바랐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민사 재판에 제3자가 개입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앞서 신일철주금 측을 대리한 법무법인 김앤장 소속 변호사가 양 전 대법원장을 서울 서초동 대법원 내 집무실과 외부 식당에서 만난 정황 등을 포착했다.

검찰은 아울러 사법 정책에 비판적인 법관에게 인사 불이익을 주기 위해 일명 ‘사법부 블랙리스트’로 알려진 명단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는지 등도 조사했다. 해당 명단에 이름을 올린 법관들은 ‘양승태 사법부’의 숙원사업인 상고법원 설치에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일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피의자로 검찰에 소환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4시간 넘게 조사를 받은 후 11일 밤늦게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11일 조사는 양 전 대법원장 동의 하에 모두 영상 녹화됐다. 향후 자신의 진술이 담긴 피의자 신문조서가 법정에 증거로 제출됐을 때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가능성을 원천봉쇄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은 이미 확보된 다수 증거를 양 전 대법원장한테 제시하고 설명을 듣는 방식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질문지 분량이 100쪽 이상이라고 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대부분 질문에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진이 한 일을 일일이 알 순 없는 일”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이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는 내용을 담은 신문조서를 향후 법원에 별도 증거로 제출해 유죄 입증에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 조사를 마무리한 뒤 조만간 양 전 대법원장은 물론 앞서 신병확보에 실패했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구속영장을 한꺼번에 청구할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 전 대법원장은 14시간가량 조사를 마친 뒤 귀가하는 길에도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차량에 올랐다. 그는 조사 하루 뒤인 12일 오후 재차 출석해 전날 못다 한 조서 열람을 마무리하고 돌아갔다. 이후부터는 휴식을 취하며 다음 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대법원장 측 최정숙 변호사는 ‘소명할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하겠다’고 전했다.

배민영 기자 goodpoin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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