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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7 (금)

[단독] 가상화폐 폭락에…꼬인 김병건 회장의 빗썸 인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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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건 회장, 신규 지주사 지분에다 코인 발행해 빗썸 인수대금 절반액 조달 추진
홍콩 중간판매책, 가상화폐 시황 급락에 매각 난항…결국 계약 해지
"김 회장 믿고 샀다" 울상인 중간판매상들…국내 ICO 금지 위반 혐의도

지난 10월 국내 1위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을 4000억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한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이 코인 발행으로 인수대금 절반을 융통하려고 했으나 11월 중순 이후 가상화폐 시황이 폭락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코인 발행과 판매 과정에는 홍콩 업체와 국내 중간 판매상 등이 끼어 있고, 서로간에 이해 관계가 얽혀 있다. 이 때문에 김병건 회장의 빗썸 인수 작업도 지연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코인 발행으로 채워지는 빗썸 인수대금 절반

20일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빗썸을 인수한 BK글로벌컨소시움을 이끄는 김병건 BK메디컬그룹 회장은 지난 11월 홍콩에 주소지를 둔 킹슬리라는 업체와 2억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었다. 계약서에 따르면 킹슬리가 2억달러(약 2250억원)를 조달해 김병건 원장에게 건네는 대신 BXA코인 16억개, BK글로벌파트너스홀딩스의 주식 20%를 받기로 했다.

BXA코인은 빗썸을 중심으로 한 블록체인거래소연합(BXA)의 생태계에서 화폐처럼 통용될 가상화폐다.

당시 양측이 작성한 계약서에는 ‘(킹슬리가 받게 되는) BK글로벌파트너스홀딩스의 주식 20%는 BTHMB홀딩스 지분 2%에 상응한다.’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BTHMB홀딩스는 블록체인거래소연합(BXA) 홈페이지 하단에 나와있는 회사로 빗썸의 새 지주사다. 즉 킹슬리는 BXA의 새 지주사 지분 일부와 코인을 취득계약을 하고 코인 판매에 나선 것이다.

조선비즈

블록체인거래소연합 홈페이지 캡쳐 화면. 화면 하단에 BTHMB 홀딩스가 적혀있다/화면 캡처



이 계약대로라면 김병건 회장은 빗썸 인수대금 약 4000억원의 절반 가량을 코인 발행으로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김병건 회장이 이끄는 BK컨소시엄은 지난 10월 빗썸을 운영하는 비티씨코리아닷컴의 최대주주, 비티씨코리아홀딩스의 지분 50%+1주 매입하는 계약을 맺고 계약금으로 1000만달러(112억원)를 지불했다.

당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3억5000만달러 가량을 BK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재무적투자자(FI)들이 내는 형식으로 거래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봤다. 하지만 처음부터 코인 발행으로 자금을 융통하려고 했었고, 이 작업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중간에 끼어 있는 판매상이나 투자자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 한국은 ICO 금지인데…BXA코인, 국내 투자자에게 판매

킹슬리는 BXA코인 16억개를 자사가 떠안지 않고, 투자자들에게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킹슬리는 중간 판매상에게 코인 판매를 시도하면서 김 회장과의 계약 내용이 담긴 계약서를 일종의 보증 형태로 제시했다.

이 계약서를 믿은 중간 판매상은 텔레그램이나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통해 김 회장이 BXA토큰을 보장했다고 강조하며 판매를 시도했다. 주 판매 대상은 국내 투자자였다. 가상화폐업계 한 관계자는 "원래는 싱가포르나 홍콩 등 외국에만 토큰을 판매하려고 했는데, 가상화폐 시장분위기가 나빠지면서 국내에서도 가상화폐 공개를 하게 됐다"고 했다. 신규 발행한 BXA코인 일부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판매되면서, 가상화폐공개(ICO)를 금지한 국내법을 위반한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더 큰 문제는 킹슬리의 토큰 판매가 끝내 실패로 돌아가면서 코인 중간 판매책들의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는 점이다. 계약서에 따르면 킹슬리는 이달 10일까지 약속한 자금을 완납했어야 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지만 최근 가상화폐 시장 분위기가 녹록지 않아 토큰 판매가 쉽지 않았다"며 "킹슬리가 이달 10일까지였던 거래대금 완납을 맞추지 못해 계약이 무위로 돌아갔고, 이 때문에 이미 BXA토큰을 매입한 투자자들한테도 BXA토큰을 구해줄 길이 사라진 상황"이라고 했다.

킹슬리와의 계약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이달 11일부터는 BXA공식텔레그램에 킹슬리가 BXA코인을 파는 사기업체 중 하나라고 공식화됐다. 그 전까지는 킹슬리를 사기업체 명단에 넣지 않았다. 다만 킹슬리는 BXA를 팔지 않고 있으며, 킹슬리 이름으로 BXA를 판다면 그건 가짜라는 취지의 공지만 있었다. 이에 대해 암호화폐 중간 판매상은 "킹슬리가 김 회장과의 계약서를 무작위로 뿌린 데 대해 김 회장 측이 부담을 느꼈고, 계약 달성 자체가 어려워지자 꼬리자르기에 나선 것 같다"면서도 "중간판매상들은 김 회장의 이름값을 믿고 물건을 건네 받은 것이라 억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 문제를 손해를 보지 않으려는 중간판매상간의 문제로 보는 이들도 있다. 가상화폐 중간판매상은 주로 다단계로 짜여져있어 어떤 이에겐 돈을 물어줘야 하는 입장이지만 본인 스스로도 돈을 떼인 상황에 놓여 있는 이가 많다. 한 가상화폐 중간판매상은 "킹슬리의 BXA토큰을 받아 넘기려고 했던 중간판매상들은 블록체인거래소연합이 공식총판으로 지정한 오렌지블록이 BXA토큰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 수수료 문제로 역마진이 날 수 있어 갈등이 심해진 것"이라고 했다.

◇ 커지는 논란에 김병건 회장 책임론 대두

사태가 이렇게 흘러간 데 대해 김병건 회장의 직접적 책임은 없지만, 도의적 책임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제대로 재무적투자자를 데리고 온 것이 아니라 결국 일반 투자자들에게 코인을 팔아 거래소를 인수하겠다는 의도였으므로, 김 회장의 책임이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가상화폐업계 관계자는 "인수대금의 몇십분의 일에 해당하는 계약금만 가지고 빗썸을 인수하겠다는 것도 문제지만, 인수대금을 다 치르지 않고도 빗썸을 중심으로 한 코인 발행으로 자금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이 문제"라고 꼬집었다.

국내 투자자를 대상으로 BXA토큰을 판매한 것에 대해 빗썸 관계자는 "회사 측에서 국내 개인 투자자를 상대로 ICO에 나선 것이 없고, 진행되는 부분이 있다면 빗썸과는 관계가 없는 불법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BXA 측은 "지정 총판인 오렌지블록이 중간에서 혼란을 야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강호 BXA 이사는 "김병건 회장과 계약이 해지된 킹슬리를 사칭한 조직이 국내 투자자에게 판매한 것"이라고 했다.

김 회장 측에는 메일과 전화를 통해 입장을 물었으나 답을 받지 못했다. 김강호 이사는 김 회장 측 입장에 대해서도 해명했는데 "킹슬리와의 계약은 취소됐고, BK컨소시엄은 현재까지 자기자본으로 1억달러를 완납했다"며 "코인을 팔아 인수대금을 맞출 계획은 없었다"고 했다.

연지연 기자(actres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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