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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며칠 전 용균이의 생일파티 해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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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태안 동시 촛불 추모

동료들 쓸쓸한 죽음에 울분

“비정규직 제로시대 어디 갔나”

발전소에 정규직 전환 촉구



경향신문

태안 주민들 “책임자 처벌” 충남 태안 주민들과 시민대책위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7시 태안터미널 네거리에서 촛불집회를 열고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사망사고 진상규명 책임자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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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소 측은 사고 수습 인력이 부족하다며 불과 몇 시간 전 함께 저녁밥을 먹은 동료들에게 시신을 수습하게 했습니다. 인간이길 포기한 것입니다.”

태안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로 일하다 사고로 숨진 김용균씨(24)의 동료 ㄱ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13일 서울 광화문 세월호광장에서 열린 추모 촛불문화제에 나온 ㄱ씨는 “며칠 전에도 김씨 생일을 축하하며 함께 술을 마셨다”며 이같이 말했다. “발전소 측은 비정규직을 소·돼지 보듯 했다. 이 원통함을 대체 누가 책임져야 하나.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이뤄진 세금은 누구를 위해 쓰이고 있나.”

촛불이 13일 저녁 서울 광화문과 충남 태안군에서 촛불이 동시에 타올랐다. 김씨의 동료와 시민들은 ‘위험의 외주화’에 내몰린 채 혼자 밤샘 노동을 거듭하다 죽음을 맞은 비정규직 청년을 추모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대화를 요구하는 비정규직 100인 대표단’과 ‘고(故) 김용균 태안화력 비정규직 노동자 사망사고 진상규명 책임자처벌 시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세월호 광장에서 추모문화제를 열고 김씨의 죽음을 애도하며 비정규직의 철폐를 촉구했다.

김씨의 동료 ㄴ씨는 자유발언대에 나와 “너무 막막해서 말을 잇지 못하겠다. 저희가 할 수 있는 건 이것(추모)밖에 없다. 어떤 법도 대책도 저희에게 아무런 위로가 되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함께 서로를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라고 울먹였다. ㄱ·ㄴ씨는 “김씨가 일하던 자리는 정규직이 하던 업무였다. 2인1조라는 원칙만 지켜졌어도 김씨의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선언했지만 발전소 위험업무는 단 하나도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않았다”라고 비판했다.

광장에 모인 시민들이 ‘죽음마저 외주화한 차가운 세상 속에 노동자는 하나둘씩 쓰러져 갑니다’, ‘문 대통령, 비정규직 제로시대 어디로 갔습니까’, ‘언제까지 일하다 죽어야 합니까’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더 이상 죽을 수 없다’, ‘돈보다 생명이다’, ‘비정규직 없애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민대책위원회가 이날 오후 태안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시민대책위는 사고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질 때까지 매일 촛불문화제를 이어가기로 했다.

태안화력발전소의 하청업체 한국발전기술에서 1년짜리 계약직으로 일하던 김씨는 지난 11일 새벽 충남 태안군 원북면 태안화력 9·10호기 석탄운송용 컨베이어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주간 근무 11시간, 야간 근무 13시간인 이곳은 김씨의 첫 직장이었다. 김씨는 사고 열흘 전 안전모와 방진마스크를 쓴 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나 김용균은 화력발전소에서 석탄 설비를 운전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입니다’란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렸다.

허진무·권순재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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