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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非서울대 스타트업도 키우자" 서울대 공대의 실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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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관계없이 가능성보고 선정, 3개월만에 30억 넘게 투자받아

가요 오디션 프로그램 벤치마킹… 기업 특성별 창업기관도 연결

"우리나라 돼지 폐사율이 해외보다 10배 높습니다. 이번에 투자받은 20억원은 돼지 혈액 분석 연구소를 짓고 개발자를 추가 채용하는 데 쓸 계획입니다." 서울대 공대의 컨설팅을 받은 스타트업 '한국축산데이터' 경노겸 대표가 12일 서울대 글로벌공학교육센터에서 이 같은 성과를 발표하자 투자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서울대 공대는 지난 8월 기술 스타트업 5곳을 선정해 3개월간 육성했는데, 이례적으로 단기간에 30억원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에노베이션 탱크(Ennovation Tank·에노탱크)'는 서울대 공대가 올해 처음 시작한 기술 스타트업 육성 사업이다. 1000만원씩 창업 지원금을 주고 전문가를 일대일로 연결해주는 '알짜' 프로그램으로 소문나 지원이 몰렸다. 50개 넘는 스타트업이 지원해 10대1 경쟁률을 보였다. 서울대 공대가 출신 대학이나 소속을 따지지 않고, 창업 3년 이내의 법인 또는 예비 창업 스타트업이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게 문턱을 낮춘 덕분이다. 최종 선정된 스타트업 5곳 중 서울대 출신이 대표인 곳은 1곳뿐이다. 사업을 총괄한 곽승엽 서울대 재료공학부 교수는 "서울대 출신 프리미엄 없이 오로지 '성장 가능성'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3개월 만에 기대 이상의 성과가 나왔다. AI(인공지능)를 이용한 동영상 자막 제작 플랫폼 '보이스루'는 매출이 10배 뛰었다. 건강식품 정기 배송 서비스 '케어위드'는 창업 1년도 안 돼 베트남 진출을 가시화했다. 케어위드 고성훈 대표는 "베트남법인장을 맡은 액셀러레이터(창업육성기관)를 소개받은 덕분에 현지 파트너십과 유통 분야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서울대 공대는 스타트업 특성에 맞게 엑셀러레이터를 연결해줬다. 발라드나 힙합 등 가수 지망생의 강점을 고려해 연예기획사를 이어주는 오디션 프로그램 방식을 벤치마킹했다. 보이스루 이상헌 대표는 "여러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 참가해봤지만 전문가가 한 팀씩을 맡아서 이렇게 자세히 조언해주는 건 처음"이라며 "매달 만나 컨설팅을 받은 결과 매출이 10배나 뛰었다"고 했다. 곽승엽 서울대 교수는 "그간 서울대가 학계 위상에 비해 창업 지원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사회 공헌 차원에서 문을 활짝 열고 스타트업을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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