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CFO 멍완저우 보석으로 풀려난다

보석금 84억원, 전자발찌 착용, 여권 압수 등 조건

부부 현금 외 지인 4명 자택·현금 등으로 보증

중-캐나다 완화 ‘관심’…전직 외교관 중국서 억류되기도

미국의 요청으로 캐나다에서 체포됐던 멍완저우 화웨이 최고재무책임자(CFO)의 보석 요청이 11일(현지시각) 캐나다 법원에 받아들여졌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법원은 이날 오후 진행된 3차 보석 심리에서 보석금 1000만 캐나다달러(약 84억원) 납부와 전자발찌 착용, 사립 경호기업의 감시 및 여권 압수 등을 조건으로 멍완저우를 풀어주기로 결정했다. 보석금 가운데 700만 캐나다달러는 멍완저우 부부가 현금으로 납부해 예치하고, 300만 캐나다달러는 지인들이 보증을 서게 된다. 보석 수용 결정이 내려지자 멍완저우는 눈물을 훔쳤고, 방청석에서는 탄식과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전날 2차 심리 뒤 언론들은 멍완저우 남편 류샤오쭝이 캐나다 시민권자가 아닌 탓에 유일한 보증인으로서는 자격이 부족하다며 멍완저우의 보석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놨다. 그러자 멍완저우 쪽은 류샤오쭝 외에 이들 부부의 주택 거래를 도왔던 부동산 중개상과 전직 화웨이 직원, 요가 강사 등 지인 4명의 자택과 현금자산 등을 보석금으로 제시했다.

멍완저우는 지난 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항공기 환승 도중 미국의 대이란제재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보석 심리에서는 화웨이가 홍콩의 유령자회사를 통해 이란과 진행한 금융거래를 멍완저우가 은닉했다는 미국 쪽 주장이 공개되기도 했다. 화웨이와 멍완저우 쪽은 무죄를 주장하면서, 고혈압 등 건강상의 이유를 들어 보석을 요청해왔다. 멍완저우는 화웨이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의 딸로, 1993년 입사해 줄곧 금융 분야에서 일해오면서 런 회장의 후계자로 거론돼왔다.

보석과 관계 없이 미국이 요구하는 멍완저우의 범죄인 인도와 관련된 심리는 예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캐나다 법원은 멍완저우에게 내년 2월6일 법정에 출석하라고 요청했다. 미국 쪽은 또 멍완저우가 지난해 3월 이후 고의적으로 미국 방문을 피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캐나다 법원은 “신뢰할 만한 근거가 없는 전적인 관측 수준”이라고 일축했다.

멍완저우의 보석 요청이 받아들여지면서 일촉즉발로 치닫던 중-캐나다 관계가 완화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중국 정부는 지난 8일 주중 캐나다 대사를 소환해 항의하며 석방을 요구한 상태다. 중국 온라인에선 캐나다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거론되고 있다. 11일 밤에는 안보 싱크탱크 국제위기그룹(ICG)이 전직 캐나다 외교관 출신의 마이클 코프릭 선임고문이 중국에 억류됐다고 밝혔다. 중국과 캐나다 정부는 이를 확인하지 않아, 멍완저우 체포와 연계됐는지 여부와 구체적인 억류 사유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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