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탈선 사고는 최근 3주 동안 철도 사고 10건이 잇따르면서 이낙연 국무총리가 코레일 본사를 직접 찾아 기강 해이를 질책한 지 불과 사흘 만에 발생했다. 더욱이 코레일이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4일까지를 ‘비상안전경영 기간’으로 선포하고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마친 지 나흘 만이었다. 과연 코레일 경영진이 철도 안전을 책임질 능력이 있는지부터 의심할 수밖에 없다.
오영식 코레일 사장은 사고가 나자 “기온이 급강하하면서 선로상 문제가 생기지 않았을까 추정한다”며 날씨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어제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들의 초동조사에선 선로전환기 전환상태를 표시해주는 회선 연결이 잘못돼 신호시스템에 오류가 나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KTX 탈선은 2011년 광명역 인근 일직터널 사고 이후 두 번째다. 당시에도 선로전환기 작동불량 때문이었다. 신호시스템 이상도 기온 급강하로 일어날 수 있다지만, 이 정도 한파에 이상이 생긴다면 겨울엔 아예 운행을 중단해야 한다는 말인가.
이번 사고 후 코레일의 대응도 언제나 그랬듯 허둥지둥 무성의의 연속이었다. 승객들은 추위 속에 큰 충격과 불편을 겪었지만 승무원들은 대피 장소나 향후 차량 운영 계획에 대한 정보를 전혀 제공하지 않았다. 요금 환불 안내만 할 뿐 대체 이동 수단조차 마련하지 않아 승객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코레일은 올해 초 정치인 출신 오 사장이 취임한 이래 노조 편향적 경영으로 논란을 빚어왔다. 잇단 사고 발생도 노사 간 긴장이 풀어지면서 근로 기강 해이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지만 번번이 무시됐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어제 “(사고 조사) 결과에 따른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당장 오 사장의 경질은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그 선에서 끝낼 일인가. 그런 경영진을 방치한 윗선의 책임은 없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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