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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사설]지자체·중앙부처 286곳 중 현 정부서 규제 준 건 딱 1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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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뉴스디자인팀 김수진 기자 sooj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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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출범 이후 중앙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는 규제 총량이 모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동아일보가 연세대 행정학과 연구팀 등과 공동 분석한 결과 전국 17개 광역지자체와 226개 기초지자체 중 규제가 줄어든 곳은 ‘0’곳이었다. 중앙 부처 산하의 규제는 지난해 말 4만7640건으로, 2022년 5월 현 정부 출범 직후와 비교해 1920건이 증가했다. 중앙 부처 43곳 중 규제가 줄어든 곳은 기상청 단 한 곳뿐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부터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혁신전략회의’를 신설해 기업과 민생경제를 짓누르는 규제를 혁파하겠다고 나섰지만 오히려 반대로 가고 있다는 게 숫자로 확인된 것이다. 정부가 규제 개혁 ‘1호 과제’로 내세운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킬러 규제’ 혁파를 위한 6대 과제 중 하나인 산업단지 입지 규제 등도 별 진전이 없는 상태다. 국회의 발목 잡기 영향도 있지만 개혁에 소극적인 공직사회의 복지부동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현장에선 지자체들이 규제 권한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인식조차 못 하는 경우도 있다. 대형마트 영업시간 완화와 새벽배송이 단적인 예다. 유통산업발전법상 지자체장의 판단으로 규제를 풀 수 있지만 이를 모르는 체하고 법 핑계만 대고 있다. 상위 법령이 바뀌어도 지자체가 후속 조치를 하지 않아 낡은 잣대가 계속 이어지기도 한다. 강원 속초시는 수도법이 여러 번 개정됐음에도 이를 반영하지 않고 수도요금 관련 규제를 52년 넘게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법적 근거가 모호한 ‘그림자 규제’, 자의적 판단에 의한 ‘오락가락 인허가’ 등으로 기업 투자를 막는 지자체도 한둘이 아니다.

중앙·지방정부 할 것이 없이 혁신과 역행하는 현 상황을 바로잡지 못하면 이번 정부의 규제 개혁도 과거 정권들처럼 빈말에 그칠 게 뻔하다. 작은 훈령, 공고 하나라도 기업 투자에 걸림돌이 된다면 그것 역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는 킬러 규제다. 규제 혁신 컨트롤타워인 국무총리실은 각 부처와 지자체의 규제 현황을 한눈에 알 수 있는 지도나 상황판이라도 만들어서 실태를 촘촘히 점검하고 각 기관이 규제 완화에 적극 나서도록 독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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