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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MT리포트]여성을 위한 포르노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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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민지 기자] [편집자주] IT 발달에 따라 포르노는 더욱 은밀히 광범위하게 일상을 파고든다. 기형적인 어둠의 산업도 몸집을 키운다. '웹하드 카르텔'이 대표적이다. 누군가는 지금 이 순간도 포르노로 돈을 번다. 이대로는 제2, 제3의 양진호는 계속 나온다. 포르노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익숙한 불법' 포르노에 합리적 규제와 새로운 기준을 고민할 때다.

[대한민국 포르노를 말한다]⑦포르노 본 여성들 "남성중심 내용, 수용 힘들어"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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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도 '야동'(야한 동영상)을 본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성을 적극적 성적 욕망의 주체로 보지 않는 우리나라에서는 여전히 낯선 말이다.

머니투데가 이달 13일부터 19일까지 10~50대 260명(남성 154명, 여성 1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여성 중 85명(80.1%)이 포르노를 본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자료를 공유하는 인프라가 풍성해지며 남녀 구분 없이 음란물에 접근성이 높아진 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여성들은 현존하는 포르노의 내용이 지나치게 남성 중심적 설정에 머물러있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점을 지적했다. 포르노를 종종 본 경험이 있는 20대 여성 A씨는 "야동에서는 여성이 싫다고 표현해도 남성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강압적 성관계, 남성만 수분씩 구강성교를 받는 장면 등이 당연하다는 듯 나온다"며 "실제 남성들이 현실에서 여성에게 야동과 똑같이 요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몰입이 안 됐다"고 말했다.

성적 욕구가 있는 여성을 극단적·단편적으로 묘사하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야동을 본 30대 여성 B씨는 "야동에서 나오는 남성 캐릭터는 굉장히 평범하게 그려지는 반면 여성은 창녀 혹은 성녀로만 그려진다"며 "여성도 남성처럼 욕구를 가진 평범한 인간이라는 인식을 잊게 만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음란물의 내용이 문제일 뿐 그렇다고 음란물을 불법화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B씨는 "음란물의 설정이 현실과 다르다는 점을 알리고 성관계는 합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는 성문화 교육이 충분히 전제된다면 야동이 합법화된다 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A씨 역시 "남녀가 자연스럽게 대화도 나누다가 육체적 관계로 이어지는 현실 연애와 비슷한 여성적 성향의 야동을 찾아보는 친구도 있었다"며 "불법행위를 과하게 부추기는 내용만 아니라면 합법화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남성 중심적 포르노를 보며 여성들은 상당 부분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윤지영 건국대 몸문화연구소 교수는 "포르노를 보면 여성의 서사가 없다"며 "단적인 예로 대부분의 포르노는 남성의 사정과 동시에 끝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포르노를 보면 여성은 동영상 속 여성과 자신을 철저히 다르다고 분리 시키거나 성적 착취에 분노하는 등의 극과 극 반응을 나타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여권이 신장 되고 여성의 경제력이 높아지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여성 중심의 포르노 산업은 발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199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까지 페미니스트 그룹들이 '포르나'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위한 포르노그래피 운동을 했다가 완전히 실패한 사례가 있다"며 "현존하는 포르노들은 여성 성기를 해부학적으로 확대하고 가학하는 내용인데 이와 달리 아름다운 음악이 나오면서 남성이 여성을 애무하는데 열심인 포르노에 '수위가 낮은 에로물'이라는 평가가 나왔다"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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