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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인터뷰①] `인어전설` 문희경, 고막 구멍도 못막은 연기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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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투데이

문희경은 3년 만에 개봉한 영화 `인어전설`을 보고 울컥했다고 말했다. 제공|미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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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배우 문희경(53)은 천생 배우다. 작고 가녀린 체구에서 뿜어져나오는 뜨거운 연기 열정은 충분히 반짝였다.

문희경은 15일 개봉한 영화 ‘인어전설’(감독 오멸)에서 제주 해녀 옥자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인어전설’은 제주 해녀들의 우여곡절 싱크로나이즈드 도전기를 그린 무공해 코미디.

3년 만에 관객들과 만나게 된 문희경은 “3년이라는 세월이 걸렸지만, 개봉되니까 위로받는다. 쉽게 찍은 영화가 아니다. 생사를 넘나들면서 찍었다. 이 영화는 완성되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임했다. 나 혼자만의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완성했다”며 “시사회에서 영화를 보고 나서 울컥했다. 무슨 열정으로 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희경은 ‘지슬’로 유명한 오멸 감독에게 ‘인어전설’ 출연을 받고 망설임 없이 뛰어들었다. 제주 출신인 문희경은 “나 아니면 안 되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했다”며 “제주에서 태어나고 자랐고, 그 어머니들의 정서를 알고, 수영도 하고, 사투리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렸을 때 이건 내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 가지로 운명 같은 작품이었다”고 고백했다.

오멸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을까? 문희경은 “같은 제주 출신 감독이라 관심이 있었다. ‘지슬’을 보고 알게 됐다. 굉장히 독특하고 자기 색깔이 뚜렷한 분이다. 촬영 현장에서는 말 수가 거의 없었다. 필요한 말만 하는 분인데, 믿고 따라갈 수 있는 감독님이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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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경이 '인어전설'에서 호흡을 맞춘 전혜빈을 칭찬했다. 제공|미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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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경은 3개월 동안 제주에서 머물며 ‘인어전설’을 촬영했다. 문희경 뿐 아니라 배우들과 제작진 모두 그랬다. 함께 촬영한 전혜빈과도 더욱 돈독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문희경은 전혜빈에 대해 “생사고락을 같이 했다. 서울을 떠나서 3개월 산다는 건 어려운 결정이었다. 서로 의지하면서 이 영화가 완성돼야 한다는데 뜻을 합쳤다. 정말 힘들게 찍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동병상련이라고 하지 않나. 영화가 개봉되기를 같이 손꼽아 기다렸다”며 “혜빈이는 예쁘고 깍쟁이 같은 느낌이 있지 않나. 처음에는 연기 호흡이 맞을까 생각했는데, 같이 작업해보니 대담하고 적극적이다. 예쁜 척도 안 하고 털털했다. 저는 날 것의 연기를 좋아하는데 열심히 해서 예쁜 후배”라며 애정을 드러냈다.

문희경은 “정말 모두가 고생해서 찍은 소중한 작품”이라며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바닷물 속 촬영에서는 불순물이 올라오면 가라앉기를 기다려야 했고, 흐린 날이 아닌 좋은 날을 기다려야 했다.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 스킨스쿠버도 배웠다. 스쿠터 타는 법도 배웠고, 싱크로나이즈드도 대부분 직접 소화했다. 대역이 있긴 했지만, 거의 모든 장면을 직접 촬영할 정도로 열정을 불태웠다.

두 달 정도 싱크로나이즈드를 배운 문희경. 극중에서 전혜빈과 바다에서 잠수 대결을 벌이는 장면은 정말 무섭고 힘들었단다. 그는 “물속에서 아무것도 들리지 않고 해초들이 보이는데 무서웠다. 좋은 장면을 찍기 위해서 욕심도 나더라. 숨을 1초라도 더 참을까 갈등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 욕심이 위험하다. 그래서 욕심부리지 않는 선에서 촬영했다. 하루 동안 촬영했는데 나중에는 밥 먹을 힘도 없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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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경은 자칫 청력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인어전설` 촬영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제공|미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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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희경은 ‘인어전설’을 찍는 내내 고생했다. 고막에 구멍이 나서 촬영을 끝까지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그는 “해녀들이 달고 사는 병이라고 하더라. 소리가 70%밖에 들리지 않아서 병원에 갔더니 귀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물에 들어가서 연습도 하고, 촬영도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귀에 물이 들어가지 않게 장치를 착용하고 치료하면서 계속 촬영을 했다”고 말했다.

문희경은 당시 촬영을 계속해야 할지, 멈춰야 할지 고민했단다. 그는 “배우에게 청력은 중요하다. 의사 선생님이 계속 물에 들어가면 청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고민됐다. 결론은 나로 인해 멈추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다. 배우 인생이 끝나더라도 완성하자고 생각했다. 감독님과 몇몇 제작진만 아는 상황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다행히도 고막이 점점 괜찮아졌다”고 털어놨다.

문희경은 “정말 사람의 치유 능력이 신기하다. 구멍이 서서히 막히고 있다고 하더라. 내 열의에 하늘도 감동했나 보다. 그때는 정말 울었다. 평생 안 들릴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으니까. 정말 당시엔 절박했다.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그렇게 했다. 지금 하라면 못한다. 그때는 제주 영화고 내 어머니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책임감과 애정으로 했다”고 고백했다.

“배우 인생이란 뭘까 생각했죠. 3개월을 제주에 살면서 고민했어요. 제가 생각한 건 이렇게 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거예요. 영화가 완성되고 사람들이 제가 찍은 영화를 보고 박수를 보내주고 힐링을 받는다면 그게 위로죠. 한 사람이라도 감동 받고 좋아해 준다면 충분히 할만해요.”(인터뷰②에 계속)

skyb184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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