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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엄마도 친구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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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엄마들도 누군가에게 초대받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잖아요. 엄마들도 친구가 필요해요."/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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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68] "저는 주말마다 아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요." 일 때문에 만난 홍보대행사 임원 A씨는 워킹맘으로 사는 비결이 뭐냐고 묻는 내게 이같이 답했다. 평일에 아이에게 신경을 많이 못 쓰는 만큼 주말에 아이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같이 어울릴 시간을 만들어준다는 것이다. 청소나 음식 장만이 쉽진 않지만 아이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낸다고 했다.

그는 가급적 엄마들도 같이 초대한다고 했다. 이유가 인상적이었다. "엄마들도 누군가에게 초대받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잖아요. 엄마들도 친구가 필요해요." 육아에 외롭고 지쳐 누구라도 붙잡고 얘기하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없으니 스스로 나서서 엄마들을 초대한다는 것이다. 다과를 준비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고 위로하는 것만으로도 육아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육아휴직 기간 동안 아이 친구들의 엄마를 사귀기 위해 놀이터를 서성이던 내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나는 아이를 낳아 기르고 있는, 엄마가 된 친구들이 없었다. 친구들보다 일찍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임신 기간 중에도, 육아휴직 동안에도 혼자였다. 물려받을 장난감도 없었고 육아 정보는 인터넷 카페를 통해 얻는 게 전부였다. 첫째가 생후 6개월이 됐을 때 문화센터 음악 수업을 수강해 동네 엄마들을 사귀어보려 했으나 쉽지 않았다. 사는 곳도, 하는 일도 달랐기 때문이다. 첫째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바로 복직해 어린이집 엄마들을 사귈 시간도 없었다.

복직 후엔 회사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어린이집 알림장도 보지 못했다. 회사 동료가 있으니 육아 동지가 없어도 살 만했다. 다시 외로움을 느낀 건 두 번째 육아휴직을 했을 때다.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집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행복했지만 뭔가 허전했다. 오늘 아이들이 어떤 사고를 쳤는지, 밥은 잘 먹었는지, 감기는 좋아졌는지 미주알고주알 얘기할 상대가 필요했던 것 같다. 다른 애들은 어떻게 지내는지, 뭐하고 노는지도 궁금했다. 어쩌면 아이를 핑계로 누구라도 붙잡고 얘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날마다 놀이터로 나갔다. 모르는 엄마들에게 인사를 하고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에게 과자도 나눠줬다. 놀이터에 앉아 있는, 첫째와 어린이집 같은 반 아이들의 엄마에게 커피도 사서 나눠줬다. "아이가 사회적 관계를 맺기 시작할 나이이니 교우관계에 신경을 써주라"는 영유아 검진 결과에 친정엄마도 물심양면 도와줬다. 친정엄마가 둘째를 봐주시는 동안 나는 첫째와 함께 놀이터에서 시간을 보냈다.

"커피 한잔하실래요?" 내가 먼저 다가가면 기다렸다는 듯 "좋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이들 얘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친구가 돼 있었다. 아이를 키우며 본인도 외로웠다고, 엄마들과 친해지고 싶은데 선뜻 다가가기가 어려웠다고 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를 반복하며 겪은 설움, 즐거움, 기쁨 등을 얘기하다 보면 마치 내 얘기 같아 함께 울다 웃었다.

엄마들이 모인 온라인 카페에는 '엄마 친구'를 찾는다는 글이 하루에도 수없이 올라온다. 집에서 아이만 보고 있으니 행복하지만 외롭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이들 친구를 만들어주자는 명분이다. 오프라인 모임을 마친 후 카페에 후기도 올라온다. 아이들을 안고 있는 엄마들 얼굴이 환하다. 친구가 생긴 것이다.

[권한울 중소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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