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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뉴스분석] 입증 안 된 가설 소득주도성장 … “글로벌 경제 왕따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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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 근간인 해외 논문서

“모든 나라가 택해야 성공하는 전략”

내수 작은 수출형 국가에 안 맞아

“실증 안된 이론 … 국가 경제 실험”

중앙일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 6일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의원들 질의를 듣고 있다. 장 실장은 ’소득주도 성장이 전체 노동자의 75%에 달하는 임금 근로자들에게는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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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주도성장론을 둘러싼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내년 경제운용 방침을 놓고서다.

문재인 대통령은 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소득주도성장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4일 “경제 위기론은 근거가 없다.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6일 국회에선 “촛불 민심을 위해 가장 잘한 일은 소득주도성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생산과 투자, 고용, 소비 등 경제전반이 급전직하하는 상황이다. “현 경제상황이 위기가 아니다. 가장 잘 된 경제정책을 하고 있다”는 청와대의 주장에 경제계, 학계는 물론 정부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민경제자문회의 김광두 부의장은 “정부 정책이 일자리를 파괴한다면 정의로운 경제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소득주도성장은 국제노동기구(ILO)에서 ‘임금주도성장:개념, 이론, 정책’이라는 논문이 나오면서 부상했다. 후기 케인즈 학파인 마크 라보이(캐나다 오타와대)와 엥겔베르트 스톡하머(영국 킹스톤대) 교수가 썼다. 더불어민주당과 학계 일부에서 이를 인용했고, 현 정부가 채택했다.

박정수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11월 서강대 정책세미나에서 “소득주도성장론은 논리적인 비약과 불완전성이 존재하고, 그 인과관계가 학계에서 실증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가설이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논문 제목처럼 임금주도성장은 일자리가 있는 사람, 즉 임금을 받는 사람을 대상으로 삼는다. 일자리가 없으면 소용없다.

이 논문은 “개방경제에서는 순수출 효과가 내수 효과를 압도한다”고 했다. 한국과 같은 국가다. 인구 등 여러 요인 때문에 한국은 내수로 경제를 지탱하기 어렵다. 수출로 성장해왔다. 현재도 한국 경제는 무역으로 버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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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열린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에서 김동연 부총리(가운데)가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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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논문에서 주목되는 것은 그다음이다. “‘모든 나라가 동시에’ 친노동적 분배정책을 실행하면 (다른 나라까지 성장해서)경제활동을 촉진한다” “임금주도성장 전략은 ‘국제적인 공조’가 이뤄지면 성공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전략”이라는 대목이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소득주도성장을 택해야 성공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 이론을 택한 한국은 ‘글로벌 경제의 운전자’를 자처하며 실험에 나선 셈이 된다.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외국이 소득주도성장을 따라하지 않으면 한국이 글로벌 경제의 왕따로 전락해 경제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김광두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2015년 4월 야당(당시 민주당)이 소득주도성장론을 띄울 때 이렇게 말했다. “(1914년)포드가 임금을 올린 것은 도요타가 없었기 때문이다. 도요타가 있는데도 그렇게 올렸다면 시장을 도요타에 모두 내줬을 것이다.” 한국만 고용 참사 같은 경제 불황 사태를 겪는 이유를 3년 6개월 전에 짚었던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개방 경제하에서는 (수출기업의 경우) 임금인상에 따른 비용조건 악화가 국제가격 경쟁력의 저하로 나타나고, 생산시설 활용도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한국경제학회 정책세미나에서다. 실제로 소득주도성장 실험이 진행되면서 기업의 설비투자는 수직으로 낙하하고 있다.

논문에선 “경제를 위해 국가 개입을 확대해야지 축소하면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회복을 위한 성공적 정책과제의 필수 요소는 지속적인 임금상승”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결정하는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상통하는 대목이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임금인상을 통한 경기 부양과 성장은 근거가 약할 뿐 아니라 오히려 생산성 제고가 없는 임금인상은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는 점은 그동안의 실증분석을 통해 확인된다”고 말했다.

김기찬 고용노동선임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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