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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첨벙' 소리에 몸 본능적 반응"…한강 투신 시민 구조한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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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문민선 경위. 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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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벙’ 소리가 심상치 않다고 느꼈죠.”

토요일이었던 지난 11일 오전 7시 15분쯤.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 소속 문민선 경위는 취미로 즐기던 수상스키를 타기 위해 서울 마포구 난지한강공원을 찾았다. 오후 비 예보 전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생각보다 궂은 날씨에 바로 수상스키를 타지 않고 몸을 풀던 중, 500m 정도 되는 거리에서 ‘첨벙’ 소리가 들려왔다. 월드컵대교 인근이었다.

문 경위는 “직감적으로 투신 상황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평소 한강이 주 근무지인 문 경위에게도 ‘첨벙’은 익숙한 소리는 아니었다. 문 경위는 “누가 뛰어내리지 않는 이상 물에서 그렇게 큰 소리가 날 일이 잘 없다”고 했다. 문 경위는 바로 옆에 있던 수상 레저업체 보트를 빌려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려갔다. 업체직원인 황모(26)씨가 운전을 도왔다. 문 경위는 투신한 A(20)씨를 발견해 구명조끼를 입고 뛰어들어 배 위로 끌어올렸다. A씨가 투신한 지 단 1분 만이었다. A씨는 다행히 의식이 있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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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서울 월드컵대교 모습. 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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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에 따르면 통상 한강대교에서 떨어진 투신자를 살릴 골든타임은 5분이다. 5분 내 구조하지 않으면 투신자는 수중으로 가라앉거나 의식을 잃어 구조하기 어려워진다. 특히 월드컵대교(20m)처럼 높은 곳에서는 투신 직후 충격으로 기절하는 경우도 많아 신속하게 발견하지 않으면 구조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문 경위는 “구조할 때 시간의 중요성을 알기에 본능적으로 몸이 먼저 반응한 것 같다”며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경찰관이라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며 몸을 낮췄다. 그러면서 “당시 보트가 없었다면 구조가 어려웠을 것이다. 보트를 운전해준 업체 직원과 주변에서 함께 도와준 시민들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문 경위는 “한강은 서울 시민들이 자주 찾는 즐거운 장소이기도 하지만, 안 좋은 선택을 하고자 찾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다. 실제 투신도 많이 발생한다”며 “담당 경찰관으로서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문 경위가 근무하는 서울경찰청 한강경찰대는 한강에서 범죄 예방 및 단속, 구조·수색·변사인양 등 한강 치안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해 한강경찰대는 시민 60명을 구조하고 약 3700건의 112신고를 처리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 전화 ☎109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장서윤 기자 jang.seo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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