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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미국 제재 앞둔 이란, 우군이던 EU 지지 잃을 위기…인도는 이란산 원유 계속 수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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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일 미국의 제재 재개를 앞두고 있는 이란이 든든한 우군이던 유럽연합(EU)의 지지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이란 정보기관이 망명 반체제 인사를 덴마크에서 암살하려 한 것에 분노한 유럽 국가들이 EU 차원의 이란 제재에 나서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1일(현지시간) 덴마크 매체 ‘더 로컬’ 등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이란에 대한 EU 차원의 공동 대응을 위해 나머지 27개 회원국과 본격 접촉에 나설 방침이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총리는 전날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북유럽미래포럼에서 “우리는 수일 내에 (EU 차원의) 공동대응책을 찾기 위해 회원국들에 손을 내밀 것”이라고 말했다. AFP통신은 외교소식통을 인용해 덴마크가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최근 덴마크는 자국에 망명한 이란 반체제 인사들을 이란 정보기관이 암살하려는 시도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이 암살계획에는 이란 출신 노르웨이 국적자가 연루돼 있으며, 그는 체포된 뒤 재판을 받기 위해 덴마크에 감금돼 있다. 덴마크는 이 사건과 관련해 테헤란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하고, 자국에 있는 이란 대사를 초치해 엄중히 항의했다. 이란 정부는 덴마크의 주장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다.

세계일보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AP연합뉴스


EU는 이번 사건이 ‘이란 핵합의’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의 일방적 탈퇴로 이란과 체결한 핵 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가 깨질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EU는 이란을 지지하며 핵합의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하지만 이번 ‘암살기도’ 사건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유럽 국가들의 거센 비난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핵 합의가 깨지면 유럽 안보에도 부담을 주게 된다. 이를 의식한 듯 덴마크 정부는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이란과의 핵 합의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라스무센 총리는 전날 “우리는 (이란과) 핵합의를 유지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제재를 하되 핵합의에 영향을 미칠 생각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 EU 차원의 이란 제재에 대한 지지를 얻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2015년 7월 14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최종 협상에서 이란과 주요 6개국(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 독일)은 이란의 핵 개발 프로그램을 제한하는 대신 이란에 가해졌던 각종 제재 조치를 해제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는 지난 5월 이 합의를 탈퇴하겠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오는 5일부터 이란 제재를 재개할 예정이며, 다른 나라에도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 등 제재에 동참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미국의 이란 제재가 재개되더라도 인도와 터키는 ‘미국의 허락’을 받고 이란산 원유를 계속 수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블루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는 미국의 이란 제재 예외국으로 인정받기로 미국과 큰 틀에서 합의함에 따라 오는 5일 이후에도 미국의 제재 대상인 이란산 원유를 수입할 수 있게 됐다. 다만 2012년 이란 제재 때와 마찬가지로 일정 기간마다 수입량을 감축하는 조건을 붙였을 가능성이 있다. 인도 일간 이코노믹타임스는 1일 “인도는 이란산 원유 수입량을 3분의 1정도 줄일 것”이라며 “내년 3월까지 한 달에 125만t을 계속 수입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는 하루 평균 약 29만배럴 규모다. 인도의 하루 평균 이란산 원유 수입량은 8월 39만배럴, 9월 50만2000배럴, 10월 33만배럴이었다.

미국의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를 둘러싸고 하루 평균 약 250만배럴에 달하는 이란의 원유 공급이 갑자기 중단되면 사우디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도 이를 즉시 메우지 못해 국제 유가가 급등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이 때문에 미국이 이란을 압박하려다 유가 급등의 피해를 한국과 일본 등 미국의 우방에 떠안기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 존 볼턴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난달 31일 “이란 제재로 미국의 우방국들에 해를 끼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며 일부 국가에 대한 제재 예외를 시사했다.

미국은 2012년에도 이란산 원유 거래에 제재를 부과했으나 한국, 일본, 중국, 터키, 인도 등 에너지를 수입해야 하는 나라에 단계적 감축을 조건으로 제재 예외를 인정한 바 있다.

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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