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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2 (목)

[장동선의 뇌가 즐거워지는 과학] 개인 아닌 집단 지성이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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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의 착각: 왜 우리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가'

조선일보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네. 이런 걸 아이디어라고 내놓는 거야?"

하루에도 수없이 전 세계 수많은 학교와 직장에서 들을 수 있는 말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처음부터 환영받은 예는 거의 없다. 스마트폰 아이디어를 처음 들은 노키아 임원진은 카메라도 있고, 전화기도 있는데 대체 누가 이걸 쓸 거냐며 비웃었다 한다. mp3 음원 파일을 처음 접한 소니사 임원들도 대체 누가 이러한 방식으로 음악을 들을 거냐며 사람들이 음악을 듣는 방식이 이토록 근본적으로 바뀔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알려진 앎이 있고, 알려진 무지가 있는 반면, 모른다는 것조차 모르는, 알려지지 않은 무지도 있다"고 '지식의 착각: 왜 우리는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가'(세종서적)의 저자들인 슬로먼과 페른백은 말한다. 문제는 알려지지 않은 무지가 세상에 끼치는 해악이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기후변화와 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이유 중 하나는 자신이 그 분야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는 믿음이다. 스스로가 모르는 것조차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문제다. 세계 최고 전문가라 자부하는 학자들조차도 새로운 개념을 접하면 대부분 "처음에는 외면하고, 그다음으로 부정하고, 마지막에야 명백한 사실이라고 선언한다"고 저자들은 언급한다.

조선일보

우리 모두는 남다른 지성과 뛰어난 통찰력을 지닌 개인을 선망한다. 스티브 잡스가 애플과 동일시되고, 빌 게이츠가 마이크로소프트와 동일시된다. 그러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출현할 때 한 개인이 그것을 혼자 생각해내는 경우는 거의 없다. 증권가의 스타 애널리스트를 경쟁사에서 뽑아 갈 때, 새로운 회사에서 똑같이 뛰어난 결과가 나올까? 대부분은 기대한 만큼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 단, 예외가 있다. 애널리스트 혼자만 데려온 경우가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있던 팀 전체를 데려온 경우에는 좋은 실적이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이 책을 극찬하며 말한다. "인류를 다른 동물보다 뛰어나게 만든 것은 개인의 합리적 사고 능력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집단 지성 능력이다." 한 개인이 세상에 대해서 알고 있는 지식은 지극히 유한하다. 그러나, 미래를 만들어 가는 진정한 힘은 우리 인류가 함께 생각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다.





[장동선 뇌과학자·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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