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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사설] 민정수석실보다 특별감찰관이 먼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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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중장 진급·보직 신고 및 삼정검 수치 수여식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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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계기로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킬 모양이다. 윤 대통령은 최근 이재명 대표와의 회동에서 “민심 정보와 정책이 현장에서 이뤄질 때 문제점과 개선점을 파악하는 데 필요한 정보가 부족한 것 같다”며 민정수석실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민정수석 산하 민정비서관에게 민심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역할을 맡길 것이라고 한다.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에 대한 안이한 대처와 의대 증원 대국민 담화 등 민심과 어긋난 판단을 해 온 대통령실이 반성 차원에서 민심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민정수석을 두겠다면 반대할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신임 민정수석에 거론되는 인사들을 보면 전 법무부 차관과 검사장 등 검찰 고위직 출신들이다. 민심 청취와 분석이 목적이라면 굳이 사정기관 출신을 민정수석에 기용할 필요는 없다. 민심을 왜곡 없이 전달하기 위한 민정수석이라면 정치권이나 시민단체 출신이 더 적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민정수석을 새로 두려는 이유가 사정기관 장악력을 높이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과거 대통령은 민정수석실을 통해 경찰과 검찰, 그리고 국정원 등 권력기관들을 관리했다. 윤 대통령이 대선 때 민정수석실 폐지를 공약했던 것은 이런 권력 및 사정기관들을 통제하지 않겠다는 뜻이었다. 검찰 출신인 대통령 자신이 민정수석실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민정수석실이 폐지되면서 핵심 기능 중 하나였던 친인척 관리 기능까지 공중에 떠 버렸다. 게다가 대통령 배우자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이 폐지되고, 대통령 가족과 측근들을 감찰하는 특별감찰관까지 8년 넘게 빈자리로 남았다. 이런 틈을 비집고 발생한 것이 명품 가방 사건이고, 아직도 미완의 문제로 남아 있다.

특별감찰관의 감찰 대상은 대통령 배우자 및 대통령 4촌 이내의 친족, 그리고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이다. 윤 대통령은 특별감찰관 임명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국회에서 후보자 추천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석으로 뒀다. 올 초 다시 특별감찰관을 약속했지만, 추천권을 가진 국회의 비협조로 흐지부지됐다. 민심 분석과 대통령 가족과 친인척 관리 목적이라면 민정수석실 부활이 아니라 참모들이 제 역할을 하고 특별감찰관을 먼저 임명하면 된다. 야당도 대통령 가족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할 생각만 하지 말고, 대통령이 제도적으로 가족과 측근들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특별감찰관 후보자를 추천하길 바란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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