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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육아휴직서 복직하기 전 꼭 해야할 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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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이제 워킹맘으로서의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설레고 두렵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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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63] 1년여 육아휴직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복직 두 달 전부터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아직도 엄마 손길이 필요한 네 살 첫째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둘째를 하루 종일 어린이집에 맡길 생각을 하니 마음이 무겁다. 허리가 안 좋은 친정어머니에게 천방지축 사내 아이들을 맡길 생각을 하니 마음이 더 무거워진다.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건 아닌지 밤마다 고민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 엄마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시기는 잠깐일 뿐, 아내도 제 삶을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편은 내가 일을 계속하길 바란다. 외벌이 가정으로 사는 현실이 얼마나 팍팍한지는 휴직 기간 몸소 느꼈다. '자아실현이냐, 가족이냐'는 질문은 스스로 수없이 되묻겠지만 복직하기로 마음먹은 이상, 복직하면 하기 어려운 것들을 남은 기간에 하기로 했다.

우선 병원 진료다. 아픈데 미뤄왔거나 진료 예약을 해뒀다면 복직 전에 치료를 받는 게 좋다. 회사 다니면서 병원에 가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각종 검진을 받아야 한다면 더 그렇다. 반나절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필요하다면 독감 예방접종 등도 미리 하는 게 좋다.

자동차 점검도 미리 해두길 권한다. 기회가 있을 때면 자동차 보닛을 열고 엔진룸을 봐주시던 아버지가 며칠 전 "엔진오일을 가는 게 좋겠다"고 해 정비소에 들렀다. 직원은 "늦어도 주행 거리가 1만㎞ 늘기 전에 엔진오일을 교환해야 한다"며 왜 이렇게 늦게 왔느냐고 핀잔을 줬다. 엔진오일은 주행 거리가 늘수록 색이 점점 어둡게 변한다. 맞벌이 부부라면 누군가 휴가를 내고 해야 할 일이다. 내친김에 트렁크를 포함해 차량 내부 세차도 했다. 마음까지 개운해졌다.

아이들을 위한 적금도 만들었다. 1시간가량 걸리는 은행 업무를 근무 중에 보기는 쉽지 않을 것 같아서다. 최고 연 5% 금리를 선보여 화제가 된 전북은행에 이어 지난달 말 Sh수협은행이 최고 연 5.5% 금리의 적금 상품을 출시하면서 엄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주민센터에서 가족관계증명서와 자녀 기본증명서를 발급받고 도장을 챙겨 은행에 갔다. 매달 10만원씩 5년 동안 적금하면 약 70만원의 이자를 받을 수 있다고 하니 요즘 보기 드문 고금리 상품이다. 지난달부터 매달 10만원씩 들어오는 아동수당을 아이들 앞으로 모아두기로 했다.

어린이집에서 늦게 하원하는 연습도 했다. 내가 출근하면 아이들은 저녁 7시까지 어린이집에 있어야 하는데, 갑자기 어린이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 힘들어할 수 있어서다. 평소 오후 5시에 하원하던 것을 6시로 늘리니 해가 짧아 금방 어두워지고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지 못해 미안했다. 등하원하며 만난 학부모들과 선생님에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는 얘기는 수없이 했던 것 같다.

연례 행사 수준으로 전락한 아침밥도 만들어 먹였다. 출근하랴 애들 어린이집 보내랴 정신이 없어 앞으로 제대로 된 아침밥을 차려주기 어려울 것 같아서다. 건강한 간식 먹일 날도 많지 않을 것 같아 고구마 스틱도 만들어줬다. 남편이 좋아하는 돼지고기 김치찌개도 끓였다. 온 가족이 함께 둘러 앉아 집밥 먹을 날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다.

복직이 코앞으로 다가오니 모든 게 마지막 같고 매 순간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철 지난 옷과 장난감 등을 정리하지 못하고 아이들 예방접종을 맞추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지만 복직한다고 끝난 건 아니니까, 스스로를 다독여본다. 친한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아침부터 커피 쿠폰을 보내줬다. '워킹맘 파이팅'이라는 문자와 함께. 이제 워킹맘으로서의 삶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설레고 두렵다.

[권한울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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