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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한국당 ‘몰락의 상징’ 홍준표, 그의 컴백이 왜 겁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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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가 두 달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15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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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전 대표가 귀국한다고 당에 무슨 영향이 있나.그를 따를 사람이 누가 있겠나.”

자유한국당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주장은 언뜻 맞아 보인다. ‘홍준표’는 자유한국당 몰락의 상징이다. 그의 막말과 시대착오적 주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휘청이던 한국당에 결정타를 가했다.

실제로 당내 반응은 싸늘했다. 15일 지난 2개월 간의 미국 체류를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을 때 현직 국회의원 중 강효상 의원만이 나갔다. 강 의원은 홍 전 대표 시절 당 대표 비서실장과 수석대변인을 지냈다.

그렇다면 “흘러간 물”(당 중진의원)인 ‘홍반장’의 귀국은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까.

홍 전 대표의 귀국 이튿날인 16일 오전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은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잡았다. 그는 간담회에서 문재인 정부 소득주도성장의 대안이라며 국민성장을 내세웠다. 시장주도와 투자 중시라는 경제학 개론서 수준의 내용이었다.

당내에서는 홍 전 대표의 견제용이란 해석이 나왔다. 일요일인 16일 한국당에서 별다른 기사거리가 나오지 않는다면 17일 조간 언론에는 홍 전 대표 귀국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가능성이 높았다. 국민성장이라는 정책 대안을 내세우며 ‘막말’을 하는 홍 전 대표와의 차별화를 시도한 것일 수도 있다.

홍 전 대표가 당장 거물 정치인으로 부상하며 파란을 일으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독고다이’인 홍 전 대표는 계파를 만들지 못했다. 측근도 소수에 불과하다. 물론 “홍 전 대표가 말을 막해서 그렇지 틀린 말을 한 적은 없지 않느냐(중진의원)”는 일부의 동조도 있다. 그가 시민들의 지지를 정치동력으로 삼을만큼 인기가 높지도 않다.

그러나 당 관계자는 이렇게 전망했다. “홍 전 대표 자체보다는 그가 일으킬 회오리가 걱정된다.”

홍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났지만 초라한 당의 현실은 그대로다. 먼저 당 지지율이다. 앞서 일부 친박들은 “홍 전 대표가 떠나면 당 지지율이 10% 이상 올라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홍 전 대표는 “친박들이 내가 나가면 당 지지율이 오른다고 했다. 당 지지율이 오르는가 한번 보자”고 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한국당은 오랫만에 미소를 지었다. 그러나 한국당 지지율은 여전히 10%대 박스권에서 갇혀 있다. 적어도 당 지지율에 있어 홍 전 대표의 ‘예언’이 맞는 셈이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역 다녀보면 여전히 한국당은 죄인이다”고 했다.

두번째 계파 갈등이다. 김병준 비대위라는 임시 체제 하에서 계파 갈등은 ‘정전’ 상태일 뿐이다. 내년 초 전당대회를 앞두고 ‘계파 평화체제’보다는 ‘확전’이 될 공산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홍 전 대표의 정치 복귀는 당의 온갖 모순들을 드러내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일단 김병준 비대위 체제가 안착하지 못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을만한 혁신조치를 실행한게 없다. 당내에서는 “유일한 장점이 막말하지 않는 것”이라는 박한 평가도 있다. 당 노선에서 전향적 변화도 없다. 오히려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두고 “비핵화는 진전이 없고 우리 국방력은 정찰 관련해서 국방의 눈을 떼버리는 합의였다”고 했다. 일부 극단적인 보수의 시각과 유사하다.

김 위원장이 홍준표 체제에 대한 반사효과를 누렸다면 홍 전 대표 역시 ‘부실한’ 김병준 체제에 대한 비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김 위원장은 가시적인 결과를 내야 하는 국면으로 몰리고 있다. 홍 전 대표는 귀국 당시 “비대위 체제에 대해 평가하기 좀 그렇다”며 말을 아꼈지만 언제든지 비대위의 ‘성과’를 문제삼을 수 있다. 최근 김병준 비대위가 당협 교체 등 쇄신 속도를 내는 것은 홍 전 대표의 귀국 효과라는 분석도 있다.

나아가 홍 전 대표가 당내 계파 충돌 재연의 소재가 될 수 도 있다. 홍 전 대표의 귀국을 앞두고 일부 비대위원들은 “홍준표 제명”을 흘렸다. 당장 김병준 비대위가 지난 20일 전체 당협위원장을 사퇴시키기로 결정하면서전운이 서서히 고조되고 있다.

과연 누가 당협위원장 교체 대상이 될 것인가. 홍준표 전 대표 시절 핵심 당직자와 친박근혜계 핵심 인사들이 동시에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 당협 교체 과정에서 특정 계파만 솎아낼 경우 강한 반발이 나오기 때문에 계파간 ‘균형’있게 교체할 수 있다.

벌써부터 일부 강경 친박 인사는 불만을 표하고 있다. 친박 성향의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도 21일 성명서를 내고 “‘제1호 탈당자’가 조직강화특위 위원장이 돼서 당을 지켰던 사람들을 심사하겠다는게 도대체 말이 되는 건가”라고 주장했다. 바른정당 복당파인 김용태 사무총장을 겨냥한 것이다. 여기에 홍 전 대표가 가세해 공개적으로 김병준 체제에 대해 포문을 연다면 당은 다시 시끄러월 것이다.

올해 12월 원내대표 경선과 내년 2월 전당대회라는 정치 일정도 다가오고 있다. 모두 계파간 대결이 될 것이란 관측에는 이견이 없다. 다음 전당대회에서 탄생한 당 대표는 2020년 총선 공천권을 갖는다. ‘인적청산’의 희생양이 되지 않으려면 현역 의원들의 생존권 투쟁은 불가피하다.

당권 획득과 총선 선전을 통해 대선으로 직행하려는 잠룡들도 빠져서는 안되는 일정이다. 홍 전 대표가 이런 기회를 마다할 리 없다. 그의 당권 도전은 당내에선 상수로 받아들여진다.

최근 당내 권력 지형은 오리무중이다. 확실한 차기 대권 주자가 없는데다 상당수 의원들의 계파 성향도 파악이 쉽지 않다. 사석에서는 “그 의원이 비박이냐 친박이냐 친김병준이냐”는 질문이 오간다. 원내대표 경선과 전당대회를 앞두고 비박계, 친박계, 김병준계 사이의 복잡한 견제와 연대 등 합종연횡이 예상된다.

비박계에서는 홍 전 대표 외에 김무성 전 대표도 있다. 김무성계로 분류되던 김성태 원내대표는 독자세력화를 모색한다는 말도 나온다. 마땅한 리더가 없는 친박계에서는 독자적인 목소리를 내는 쪽과 김 위원장과의 연대를 모색하는 쪽으로 크게 나뉜다는 말이 있다.

홍 전 대표가 다시 한국당의 ‘간판 스타’로 다시 부상할 수 있을까.

“평당원”(김 위원장)의 정치 재개가 ‘소음’을 일으킬 것은 분명하다. 그는 귀국 당시 이렇게 일갈했다. “친박들 내가 겁나나.”

강병한 기자 silverm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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