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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미 대법관 지명자 캐버노 ‘미투’…“고교생 때 15살 소녀 성폭행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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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캐버노 지명자 인준 투표 연기 가능성…낙마 가능성도

피해자 포드 “시민적 책무가 나의 공포보다 앞선다”

캐버노는 “절대 부인한다”…백악관, 캐버노 지지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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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이 인준을 놓고 격렬히 대립하고 있는 브렛 캐버노 대법관 지명자가 여성을 추행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미국 대법원의 이념 지형을 보수 쪽으로 크게 기울게 할 캐버노의 인준이 불발되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위기도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 팔로앨토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인 크리스틴 블레이시 포드(51)는 16일자 <워싱턴 포스트>와 인터뷰에서 1980년대 초 고교 시절에 술취한 캐버노가 자신을 침대에 눕히고는 몸을 더듬으며 자신이 비명을 지르기 못하게 입을 막으며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폭로했다. 포드는 “그가 나를 우발적으로 죽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그는 나를 공격하려 했고, 내 옷을 벗기려 했다”고 말했다.

캐버노가 학창 시절에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소문은 지난주부터 떠돌기 시작했다. 캐버노는 이를 부인해왔다. 백악관은 이날 간결한 성명을 통해 캐버노 지명자의 입장을 지지한다고 밝혀, 그의 지명을 철회할 의사가 없음을 시사했다.

당사자인 포드가 직접 나섬에 따라 오는 20일로 예정된 캐버노에 대한 인준 투표가 연기돼야 한다는 민주당의 주장은 더 거세지게 됐다. 공화당 쪽에서도 캐버노의 인준 투표 강행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공화당의 척 그래슬리 상원 법사위원장은 “최근 포드 박사 신원이 드러나고 배경 자료들도 추가됨에 따라” 캐버노와 포드 두 사람에 대한 초당적인 소환을 하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캐버노는 지난주 나흘 동안 인준 청문회를 거쳤다. 민주당 쪽은 그가 청문회에서 구금 및 고문 문제 등 여러 사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숨기고 있다고 비난하며, 인준 투표 연기를 주장하고 있다. 공화당인 제프 플레이크 상원 법사위원은 포드의 주장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 때까지 캐버노의 대법관 지명에 “찬성 투표를 하는 것에 편안하지 않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현재 11명의 공화당 의원과 10명의 민주당 의원으로 구성된 상원 법사위에서 단 한명의 공화당 의원이라도 이탈하면 인준 투표는 연기된다.

포드는 <워싱턴 포스트>와의 회견에서 캐버노의 혐의가 이미 떠돌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프라이버시가 “조금씩 벗겨지고 있어” 폭로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포드에 따르면, 캐버노는 17살로 메릴랜드의 조지타운 사립고교 학생이고, 자신은 15살로 인근 고교 학생이던 1982년에 그 사건이 벌어졌다. 포드는 당시 한 집에서 열린 10대들의 모임 중에 캐버노와 그 친구에 의해 침실로 몰아넣어졌다고 밝혔다. 당시 캐버노와 그 친구는 술에 취한 상태였다고 한다.

<워싱턴 포스트>는 “그 친구가 지켜보는 가운데, 캐버노는 포드를 침대에 눕혀 눌렀고, 옷 위로 그를 더듬었다. 포드의 몸에 자신의 몸을 비벼대면서, 포드가 입고 있던 수영복과 겉옷을 벗겨내려고 서투르게 시도했다고 포드가 말했다”고 보도했다. 포드가 비명을 지르려고 하자, 캐버노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는 것이다.

신문의 보도에 앞서 캐버노는 지난주 이를 부인하는 성명을 냈다. 그는 “나는 절대적이고 명료하게 이 혐의를 부인한다. 나는 고교 시절이나 어떤 때에도 이런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포드는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캐버노를 대법관으로 지명해 자신의 과거 고통이 상기되자, 민주당 의원들에게 연락했다. 포드는 2012년 부부 요법으로 치료를 받을 때까지 이 사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 당시 상담사는 포드가 이 사건을 성폭행 미수 사건이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했다고 <워싱턴 포스트>는 보도했다.

포드는 자신이 사는 지역이 지역구인 민주당의 애내 에슈 하원의원과 상원 법사위의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의원을 찾았다. 포드는 파인스타인 의원에게 자신의 신원을 비밀로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자신이 거짓말쟁이로 몰릴 수 있다는 조언에 따라, 연방수사국 전직 요원으로부터 거짓말탐지기 테스트도 받았다.

8월중에 그는 자신의 폭로가 캐버노의 인준을 저지하지 못하고, 자신만 더 고통받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공개적으로 나서지 않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가 파인스타인 의원에게 보낸 편지가 지난주 일부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신원이 노출되기 시작했다. 특히, 이 소문과 관련해 척 그래슬리 공화당 상원의원이 캐버노를 옹호하는 고교 시절 여성 친구들의 편지를 공개하자, 포드는 직접 나서기로 결심했다.

포드는 “이제 나의 시민적 책무가 보복에 대한 괴로움과 공포보다 앞선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30년도 더 전에 일어난 캐버노의 성범죄 혐의는 재판에서 판결이 날 정도로는 입증이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의 대법관 인준 여부는 여론 추이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을 것이 확실하다. 특히, 그의 인준은 상원 법사위에 있는 두 명의 여성 공화당 의원이 그 열쇠를 쥔 것으로 보인다. 수전 콜린스 및 리사 머코스키 공화당 의원은 여성인 데다, 민주당 쪽에 동조할 수 있는 정치 성향을 보여왔다.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성추문 혐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1992년 클레런스 토머스 대법관 지명자도 성추행 혐의를 받았으나, 인준을 통과했다. 하지만, 당시 의회에서 그를 비호하는 분위기는 여론의 공분을 사서 그해 중간선거에서 여성 의원들이 대거 당선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일조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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