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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방탄소년단도 흠뻑 매료된 ‘구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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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코노미 인사이트 _ Economy insight

브랜드 읽어주는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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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21일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뮤직 어워드’ 레드카펫에 섰을 때, 노래 못지않게 주목받은 건 패션이다. 데뷔 초부터 남다른 감각과 개성 넘치는 스타일로 유행을 선도했기에 당연한 결과였다. ‘이번에도 구찌일까?’

예상은 적중했다. 모두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인 구찌 제품을 휘감았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렉사드로 미켈레가 1968년 5월 일어난 학생운동 ‘파리 68혁명’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2018 프리폴 컬렉션이었다. 그린·레드·베이지 조합이 인상적인 셔츠를 입은 RM, 글렌체크 수트를 차려입은 정국과 진, 구찌의 독창적인 폴로 티셔츠와 블루 셔츠, 조깅 팬츠와 데님팬츠에 야구모자, 로퍼, 스니커즈를 더한 뷔, 지민, 슈가, 제이홉까지. 멤버들은 자신의 취향에 따라 골라 입은 옷으로 방탄소년단의 자유분방한 이미지를 한껏 뽐냈다.

방탄소년단은 1년 전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도, 3집 <러브 유어셀프 전-티어>로 활동할 때도 구찌를 입었다. 이들은 종종 ‘구찌소년단’으로 불린다. 평소 뷔가 구찌를 즐겨 입었고, 그 영향으로 다른 멤버에게 관심이 옮겨갔기 때문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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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과 발전

구찌(GUCCI)는 1921년 구초 구치가 이탈리아 피렌체에 자신의 성을 딴 ‘구찌’라는 가죽제품 전문점을 연 것이 시초다. 이후 세 아들 알도 구치, 바스코 구치, 로돌프 구치를 경영에 참여했다. 구찌는 밀라노, 로마 등을 비롯해 영국 런던, 미국 뉴욕, 프랑스 파리 등으로 매장 확장에 힘쓰며 글로벌 브래드로 성장하는 발판을 닦았다.

초창기 구찌는 가죽으로 장갑이나 부츠 등 당시 귀족들이 즐겼던 승마 용품을 주로 생산했다. 호스빗(말 재갈), ‘GRG’(초록-빨강-초록) 라인 등 승마에서 영감을 받은 장식이 가방과 신발 등에 상징처럼 나오는 배경이다. 핸드백, 트렁크, 신발, 벨트 등까지 생산 제품을 확대한 건 1937년부터다. 지금은 핸드백, 신발, 의류, 시계, 향수, 고가 보석 등으로 세계 고급 패션을 선도하는 명품 브랜드로 자리잡았다. 이탈리아 고유의 문화와 전통, 장인정신을 담아 창의와 혁신으로 끊임없이 변화하고 재무장한 것이 성공 비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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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상품

대표 상품으로 뱀부백과 호스빗 로퍼, 재키백이 꼽힌다.

뱀부백은 1947년 ‘0633’이라는 모델 번호로 첫선을 보였다. 이탈리아가 제2차 세계대전 패전으로 물자 상황이 나빠지자 구찌는 일반적인 가죽 대신 돼지피혁으로 몸통을, 유일하게 수입이 가능했던 일본산 대나무를 손잡이로 활용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이 작은 크기의 핸드백이 뱀부백이다. 자연 소재로 디자인에 접목해, 위기를 기회로 만든 이 사례는 패션사에서 대표적 ‘혁신’으로 회자된다. 이후 대나무는 우산 손잡이, 시계, 벨트, 구두, 스카프 패턴에까지 다양한 제품에 응용되고 있다.

뱀부백은 그레이스 켈리, 데버러 커 등 당시 유명 여배우가 애용하고 각종 영화에 나오며 주목받았다. 1954년 <이탈리아 여행>에서 잉그리드 버그먼이, 1958년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에서 리즈 테일러가, 1966년 <욕망>에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가 갖고 나왔다. 1994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톰 포드가 구찌에서 처음 재해석한 것도 뱀부백이었다. 2010년에는 프리다 지아니니가 뱀부백을 재해석한 ‘뉴 뱀부백’을 출시했다. 뱀부백은 영국의 고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특별히 아낀 가방이기도 하다.

호스빗 로퍼는 1953년 출시한 구찌의 대표 신발이다. 클라크 케이블, 존 웨인, 프레드 아스테어 등 할리우드 배우들이 즐겨 신으며 유명해졌다. 1960년 알랭 들롱이 영화 <태양은 가득히>에 신고 나오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2013년 호스빗 로퍼 탄생 60돌을 맞아 ‘익스클루시브 1953 컬렉션’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구찌의 베스트셀러 중 하나다.

재키백은 1950년대 출시한 둥근 모서리의 숄더백을 말한다. 바브라 스트라이샌드, 리타 헤이워드, 브릿 에클랜드 등 당대의 여배우뿐만 아니라 극작가 사무엘 베케트 등 남성도 즐겼다. 1960년대 재클린 오나시스가 애용한 것을 계기로 재키백이 탄생했다. G 로고가 박힌 캔버스에 ‘GRG’ 라인이 조화된 것이 특징이다. 2009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지아니니가 ‘뉴재키백’으로 재해석해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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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락과 화려한 부활

구치는 첫째 알도 구치의 뛰어난 경영 수완에다 뱀부백, 호스빗 로퍼, 재키백 등의 인기를 업고 1950~60년대 최전성기를 누린다. 하지만 1970~80년대에 위기를 맞는다. 1983년 셋째아들 로돌프 구치의 아들 마우리초 구치가 경영권을 승계하자, 알도 구치의 아들 파울로가 크게 반발한 것이 한 원인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을 딴 ‘파울로 구치’라는 이름으로 브랜드를 론칭하고 구찌 자체적으로도 브랜드를 과도하게 라이선싱하면서 이미지가 추락했다. 당시 ‘구찌’ 이름을 단 제품이 2만 종이 넘었다고 한다.

재기의 발판은 마우리초 구치가 전문경영인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체제를 도입하면서 마련됐다. 1994년 디자이너 톰 포드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선임하며 변화를 모색했다. 톰 포드는 구찌의 옛 유산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컬렉션을 선보이며 구찌의 새 이미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특히 1995년 선보인 ‘젯셋 글래머’는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어 2006년 크리에이티드 디렉터가 된 프리다 지아니니 역시 여세를 몰아 이미지 개선과 매출 신장에 일조했다. 구찌는 2007년 시장조사기관 닐슨이 발표한 ‘세계에서 가장 갖고 싶은 럭셔리 브랜드’로 선정됐다.

밀레니얼 세대 공략

현재 구찌는 발렌시아가, 보테가베네타, 푸마 등 뛰어난 럭셔리·스포츠·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를 보유한 프랑스 기업 케어링(Kering)그룹의 자회사다. 2014년 취임한 마르코 바자리 회장 겸 최고경영자는 다양한 사고와 도전, 변화와 혁신을 중시한다. 그래서일까, 이후의 변신이 유독 눈에 띈다.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는 점이 주목할 만한 변화다. 동물애호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모피반대연합에 가입했고, 2018년부터는 모피 제품 생산과 판매를 모두 중단하기로 선언했다. 이 밖에 환경, 인류, 혁신, 기술에 조첨을 맞춰 환경오염을 줄이는 사회공헌 활동에 나서겠다는 ‘이퀄리브리엄 프로젝트’도 론칭했다.

구찌가 지닌 점잖고 고루하고 올드한 이미지를 과감히 탈피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방탄소년단 사례에서 보듯,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한 구찌의 ‘재창조’는 독보적이다. 2015년 알렉산드로 미켈레가 새로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영입된 뒤 두드러진 변화다. 미켈레는 전통적 디자인을 과감히 탈피해 화려한 꽃무늬와 뱀, 호랑이, 벌, 나비 등 신선한 동식물 모티브 자수와 장식을 활용해 대담하고 이색적인 색상과 디자인으로 재무장해 ‘젊은 구찌’를 재창조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그나시 몬레알, 코코 카피탄, 언스킬드 워커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과의 컬래버레이션도 눈에 띄는 변화다.

미켈레를 영입한 뒤 구찌는 연간 40~50%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2017년 매출은 2016년 대비 50% 늘어나 처음 60억유로를 넘었다. 젊은 소비자를 공략한 것이 주효했다. 구찌 소비자의 50% 이상이 35살 미만 밀레니얼 세대임은 다른 명품 브랜드와 차별화되는 또 다른 강점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8월호 더보기 http://www.economyinsight.co.kr/



김미영 기자 kimm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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