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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38년 만의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 기대가 너무 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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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위 보고서 제출…24일 최종 개편안 공개 앞두고 우려 증폭

일감몰아주기 대상, 간접지분 50% 이하 자회사는 빠져 규제 공백

지주회사 의무 지분율, 신규 전환 회사만 상향…“기업 부담 고려”

자료 : 공정거래위원회·경제개혁연구소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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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년 만의 공정거래법 개정을 위한 개편안이 다음주 공개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과거 산업화 시대의 규제로는 변화된 경제현상을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 개편작업에 나선 지 6개월 만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알려진 안을 보면 공정거래법을 제1조부터 다시 쓰겠다던 포부와 달리, 기업 부담을 고려해 제한적 개선에 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5일 관계 부처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오는 24일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을 발표한다. 22명의 민간 전문가와 공정위 관계자 1명이 참여한 특별위원회는 21차례 분과위원회 회의와 두 차례 전체회의를 거쳐 ‘공정거래법 개선 특위 최종 보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했다. 공정위는 이 보고서를 바탕으로 내부 논의를 거쳐 전면 개편안을 공개한다.

보고서를 바탕으로 공정위가 발표할 개편안을 예상해 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행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총수 일가가 상장사는 30%, 비상장사는 20%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가 적용 대상이었다. 특위는 규제대상 기준을 상장사·비상장사 구분 없이 20%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또 이들 회사가 지분 50%를 초과 보유한 자회사도 규제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위안이 확정된다면 규제 공백이 생긴다. 예를 들어 총수 일가가 ㄱ사의 지분을 21% 보유하고 있다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이지만 ㄱ사가 지분을 49% 보유한 자회사 ㄴ사는 규제 대상이 아니다. 특위안을 보면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회사가 50%의 지분을 초과 보유한 자회사만 규제 대상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결국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 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50% 초과 보유하지 않을 경우 자회사는 일감몰아주기 규제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공정위는 간접지분을 포함할 경우 지분율 변동에 따라 적용대상이 수시로 변동되기 때문에 원활한 법 집행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제개혁연대는 “국세청은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회사에 대해 간접지분을 계산하는데 공정위가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에 대해 법 집행의 어려움을 이유로 간접지분 적용을 제외하는 것은 타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신규로 설립·전환하는 지주회사만 자·손자회사의 지분율 상향을 우선 적용하자는 특위 의견이 공정위 개편안에 그대로 반영될지도 관심사다. 특위는 기업에 미치는 충격 등을 고려해 충분한 유예기간을 둘 필요가 있다고 보고 신규 설립·전환 지주회사만 지분율 상향을 우선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주식을 상장사는 20%, 비상장사는 40% 이상 보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지주회사 특성상 현행 지분보유 비율이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총희 경제개혁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분율 요건이 상향조정 되더라도 실질적 어려움을 겪는 회사는 거의 없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연구위원 분석에 따르면 상장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을 30%로 올릴 경우, 지분을 매입해야 하는 회사는 43개로 매입 자금은 10조8000억원이 소요된다. 지분을 매입하지 않고 자기주식을 소각할 경우, 소요자금은 9조5000억원으로 줄어든다. 그는 “여유자금을 활용하거나 부채비율 150% 이내에서 추가 차입, 자기주식 소각을 통해 지분율 30%를 달성할 수 없는 회사는 셀트리온·대한해운·한국콜마·코오롱생명과학 등 4곳”이라면서도 “하지만 셀트리온과 대한해운은 합병을 통해, 한국콜마와 코오롱생명과학은 특수관계인 지분에 대한 공개매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개편안에는 자회사와 손자회사 간 사업연관성 요건도 빠질 가능성이 현재로선 높아 보인다. 이럴 경우 지주회사의 사업 확장을 위해 자회사들이 무리하게 동원될 수 있다. 시민단체들은 자회사가 손자회사를 두거나 손자회사가 증손회사를 둘 때는 사업연관성이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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