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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사부작사부작] ‘너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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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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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마지막주에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에 다녀왔습니다. 국제구호단체인 ‘월드비전’과 함께 로힝야 난민캠프를 취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꼬박 1박 2일에 걸쳐 도착한 콕스바자르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하려합니다.

야콥(11)은 5남매 중 장남입니다. 집안에서 유일하게 교육을 받습니다. 아동친화센터 수업 외에도 방글라데시 언어와 영어를 배우는 과외를 받습니다. 야콥의 교육비는 아버지 야만(31)이 버는 돈의 대부분을 차지합니다. 난민들은 캠프 밖에서 경제활동을 할 수 없습니다. 난민캠프를 돕는 구호단체들이 제공하는 일자리를 통해 캠프 안에서 돈을 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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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이 그린 그림입니다. 왼쪽은 캠프에 오기 전의 미얀마의 모습이고 오른쪽은 캠프에 온 뒤의 모습이라고 했습니다. ‘그림이 참 아기자기하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야콥의 설명을 들은 뒤 그림은 180도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미얀마를 떠나면서 집과 차가 불에 타고 있는 모습을 봤어요. 피 묻은 손도 봤어요. 제가 살았던 곳은 완전히 파괴됐어요.”

야콥의 꿈은 뇌 전문 의사입니다. 엄마와 할머니가 편찮으셨는데 의사가 되서 아픈 사람들을 도와주고 싶다고 합니다. 의사가 되려면 공부를 진짜 열심히 해야된다는 말에 야콥은 수줍게 웃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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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캠프 안에는 정식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교가 없습니다. 방글라데시 정부가 이를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동친화센터는 아이들의 마음껏 배울 수 있는 유일한 공간입니다. 오전 9시쯤 1학년이라 명칭된 3-8살 아이들 60여명이 영어동요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고, 양치질을 하고” 아이들의 위생 관념을 위해 배운 듯한 노래였습니다. 국제구호단체 ‘월드비전’은 이날 아이들에게 신원확인팔찌를 나눠줬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캠프 소속인지, 어느 아동친화센터 소속인지, 몇 살인지, 가족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는 장치입니다. 특히나 다가올 ‘몬순(우기)’으로 인해 아이를 잃어버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서둘러 신원확인팔찌 배부 작업에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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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 뭐냐는 질문에 까만 눈망울을 가진 소녀들이 씨익 웃었습니다. 통역을 맡은 방글라데시 대학생 싸디씨가 얘기합니다. “방글라데시나 미얀마 여자 아이들의 꿈은 대부분 선생님이에요. 그들이 만나본 세상에서 꿈 꿀 수 있는 것이 선생님뿐일 거예요.” 아니나 다를까, 10살 하지나도, 9살 샤히라의 꿈도 선생님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아동친화센터 선생님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매일매일 아동친화센터에 왔으면 좋겠어요. 금요일에는 못 오는데 일주일 내내왔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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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생존의 권리, 보호의 권리, 발달의 권리, 참여의 권리가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어린이들은 꿈 꿀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그들에게서 꿈 꿀 수 있는 권리를 빼앗을 순 없습니다. 지금은 비록 난민캠프가 그들의 세상의 전부이지만 시간이 지나 더 큰 세상에서 더 많은 꿈을 꿀 아이들을 응원합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겨레 나눔꽃 캠페인 참여하려면

모든 것을 잃고 고향을 떠나 살아가는 미얀마 난민에게 도움을 주시려는 분은 계좌로 후원금을 보내주시면 됩니다. (우리은행 269-800743-18-309, 예금주: 나눔꽃 사회복지법인 월드비전) 월드비전 누리집(www.worldvision.or.kr)에서도 후원이 가능합니다. 모금 참여 후 월드비전(02-2078-7000)으로 연락 주시면 기부금 영수증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후원금은 방글라데시 콕스바자르 지역 미얀마 난민을 위한 긴급구호물자 지원에 사용됩니다. 전기시설이 없는 난민촌 내 아동 안전을 위해 26개의 태양열 가로등을 설치하고, 아동과 여성의 건강을 위한 위생용품(비누, 칫솔, 세제 등)과 여성용품(생리대, 속옷 등) 및 임산부와 산모를 위한 산후용품(담요, 소독제 등)을 전달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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