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한지붕 두가족' SK 제약·바이오 사업...최태원 회장, 최창원 부회장의 '따로 또 같이' 경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SK가 미래 먹거리 사업인 제약·바이오 분야를 두고 사촌 간 ‘따로 또 같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주도하는 SK바이오팜과 SK바이오텍, 최창원 SK케미칼 부회장이 이끄는 SK케미칼과 SK바이오사이언스 이야기다. 사촌 형인 최태원 회장은 SK(주)를 지주회사로 두고 화학합성신약연구(SK바이오팜)와 원료의약품(SK바이오텍)에 주력하고, 최창원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를 지주회사로 두고 화학합성의약품(SK케미칼)과 백신사업(SK바이오사이언스)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조선비즈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이 애초부터 제약·바이오 사업을 따로 한 것은 아니다. SK 자회사인 SK바이오팜과 SK케미칼은 2013년 변비 치료 목적의 과민성 장 증후군 치료제 개발에 함께 나섰지만 실패한 뒤, 각자 영역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SK그룹 이름 아래 양측이 각자 운영하는 ‘따로 또 같이' 경영은 최근 성과를 내는 분위기다.

16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SK가 작년과 올해 2년간 바이오 사업에 투자한 자금은 1조원 이상이다. SK케미칼은 차세대 백신 개발에 4000억원을 투자해왔으며 2015년에 이어 올해 미국 제약사 사노피 파스퇴르와 1680억원(1억5500만달러)규모의 기술 수출 성과를 거뒀다.

최태원 회장이 지휘하는 SK㈜는 지난 12일 미국 바이오·제약 위탁개발·생산업체(CDMO)인 엠팩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엠팩은 미국 내 3곳의 생산시설과 연구시설 1곳을 보유한 원료의약품 생산회사로 지난해 SK바이오텍을 통해 인수한 아일랜드 공장과 함께 원료 사업의 한 축을 맡을 예정이다.

최창원 부회장이 지휘하는 SK케미칼은 면역 질환 관련된 백신 사업에 주력한다. 이 회사는 올해 연내 시장 점유율 50%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실제 SK케미칼의 대상포진 백신 '스카이조스터'는 세계에서 두번째로 시판 허가를 받아 출시 5개월만인 지난 4월 매출 100억원을 돌파했다.

◇ 첫번째 협력 지지부진…‘따로 또 같이’ 각자 사업 집중

SK와 SK케미칼이 제약·바이오 사업을 시작한 것은 1980년대부터다. SK는 원료의약품 중간체(CMS)사업을, SK케미칼은 화학사업과 함께 백신 등 의약품 사업을 시작했다. 양사는 제약사업을 강화하면서도 2013년 ‘따로 또 같이 3.0’이라는 슬로건 아래 SK 자회사 SK바이오팜이 보유한 과민성 장증후군 치료제의 공동 개발에 나섰다.

당시 SK바이오팜과 SK케미칼은 보유한 신약물질 ‘YKP10811(relenopride)’의 개발을 한국에서는 SK케미칼이, 미국에서는 SK바이오팜이 따로 또 같이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계약은 미국에서 SK바이오팜이 만성변비를 포함한 위장관계 질환 치료제로 개발하고, 국내에서는 SK케미칼이 변비형 과민성 장증후군 신약으로 각각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양사의 협력은 신약물질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깨졌다. SK케미칼이 2016년 YKP10811의 과민성 대장증후군 임상시험에서 기대 이하의 결과가 나오자 상업화를 중단한 것이다. 이에 SK바이오팜도 미국 임상시험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SK바이오팜은 YKP10811을 더이상 만성변비치료제로 개발하지 않는 상황이다. 대신 YKP10811의 치료 분야를 희귀 신경질환 치료제로 바꿔 다시 상업화에 도전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

현재 SK와 SK케미칼은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의약품 연구는 없다. 양사가 겹치는 사업 영역은 SK바이오팜이 개발 중인 뇌전증 치료분야의 국내 시장에서 SK케미칼이 복제약과 개량신약을 판매하고 있다는 정도다.

이에 따라 당분간 양사가 시장에서 직접 맞붙을 일을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SK와 SK바이오팜은 각각 화학합성신약과 백신의약품 사업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별도의 주력 분야를 잡았다.

◇ 공격적인 투자 나선 두 회사...성과도 가시화

SK는 100% 자회사인 SK바이오팜과 바이오텍을 중심으로 의약품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는 2011년 생명과학부문을 물적분할해 SK바이오팜을 설립했으며, 손자회사였던 SK바이오텍의 지분을 100%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현재 SK바이오텍은 원료의약품, SK바이오팜은 합성화학의약품이 중심이다. 이 중 SK의 핵심 신약 파이프라인은 뇌전증치료제 ‘YKP3089’와 수면장애치료제 ‘SKL-N05’이 꼽힌다. 뇌전증 치료제는 미국에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며, 올해 내 현지 허가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특히 최근 SK㈜가 인수한 미국의 CDMO사인 엠팩은 신경정신질환 관련 원료의약품을 생산하는 회사로 향후 뇌전증 치료제의 미국 생산을 맡을 가능성이 있다. 현재 미국 임상에 사용하는 YKP3089의 임상시약은 SK바이오텍이 생산 중이나 허가 후에는 엠펙을 통한 미국 현지에서 제조도 가능하다.

SK바이오팜은 미국 신경정신질환 전문 제약회사인 JAZZ와 공동개발하는 수면장애 치료제 ‘SKL-N05’도 출시 준비 중이다. 이 약은 지난 3월 JAZZ를 통해 미국 허가심사에 돌입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신약 허가심사의 경우 통상 10개월 가량 소요돼 내년 초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SK케미칼)는 국내 유일 세포배양 독감백신 스카이셀플루와 스카이셀플루4가를 출시 3년 만에 1400만 도즈(1도즈는 1회 접종량) 판매해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회사는 현재 세계보건기구(WHO) 사전적격심사(PQ) 인증을 준비해 국제 입찰시장에 도전할 예정이다.

또 지난 2월에는 글로벌 백신 리더인 사노피 파스퇴르에 최대 1억5500만달러 규모로 독감백신 생산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세계에서 두번째로 시판 허가를 받은 대상포진백신 '스카이조스터'는 출시 첫 해 시장점유율 50%를 달성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앞으로 폐렴구균, 자궁경부암, 소아장염 등 다양한 적응증에 대한 백신 개발에 주력한다. 사노피 파스퇴르, 빌&멜린다게이츠재단, 국제백신연구소, PATH 등 글로벌 민관기구들과 지속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 글로벌 진출을 위한 전략적 투자자도 유치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모든 백신을 자체 설비로 생산 및 공급할 수 있는 안정적 인프라도 갖췄다. 경북 안동에 지은 세계 최고 수준의 백신공장인 ‘엘 하우스(L HOUSE)’는 △세포배양 △세균배양 △유전자재조합 △단백접합 백신 등 국내에서 개발 가능한 대부분의 백신을 생산할 수 있다.

허지윤 기자(jjyy@chosunbiz.com);김태환 기자(topen@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