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3 (월)

미·중 고래싸움에 … 한국 국채, 국제 금융시장서 귀한몸

댓글 2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금리 높은데다 경제 전망도 양호

외국인 채권보유 한달 새 2조 늘어

일각선 “안전자산 반열” 분석까지

한국 국채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와중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국채를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한국 국채가 안전자산의 반열에 오른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 원래 취약한 시장이었다. 세계 금융시장이 흔들리면 그 여파가 쉽게 몰려왔다. 이번에도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이 격화하면서 국내 주식과 외환 시장은 여느 때처럼 출렁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0일까지 한 달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약 2조원 어치의 주식을 내다 팔았다. 한 달 새 코스피 지수는 100포인트 이상 하락했고 원화 가치는 3.69%나 떨어졌다. 여지없이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진 격이었다.

하지만 채권 시장의 분위기는 사뭇 달랐다. 국내 주식을 내던지는 외국인이 한국 국채는 사들이고 있다. 고래 싸움에도 불구하고 새우 몸값이 오르고 있는 형국이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 6일 발표한 ‘장외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외국인의 국내 채권 보유잔고는 110조5620억원으로, 전달보다 2조1000억원이나 늘어났다. 보유 잔고로 사상 최대다.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블룸버그는 2분기 외국인이 한국 국채를 158억 달러(약 17조5800억원)어치 순매수했다고 보도했다. 5년 내 최대 규모다. 덕택에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는 10일 2.553%에 거래를 마쳤다. 두 달 새 0.25%포인트가량 하락(채권값 상승)한 수치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무역 전쟁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현상으로 인해 한국과 중국 국채가 승자가 됐다”고 보도했다.

한국 국채가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건 무엇보다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해서다. 경상수지는 2012년 3월 이후 75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 5월 4003억 달러를 기록했다. 세계 9위(지난 4월 기준) 수준이다. 1분기 순대외채권(4608억 달러)도 사상 최대치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도 매력 요인이다. 국제신용평가사 피치가 부여한 한국의 국가신용등급은 ‘AA-’로 일본(A)보다 두 단계나 높다. 그런데도 한국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일본의 10년물 금리(0.045%)보다 훨씬 높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분기 한국 국채 수익률은 1.192%로 중국 국채(2.196%)에 이어 아시아 신흥국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채 보유 비중(5월말 현재 6.31%)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몸값을 높이는 요인이다. 제니퍼 쿠슈마 ANZ은행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투자자 비중이 큰 시장은 외국인의 자본유출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할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양호한 한국과 중국의 경제 전망도 국채 수요를 뒷받침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외국 공적자금 투자 비중과 장기 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채권의 안정성이 높아져서다.

유복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앙은행과 국부펀드 등 공적자금 비중과 만기 3년 이상의 채권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08년 10%에 불과했던 외국인 채권 보유 잔액 중 공적자금 비중이 지난해에는 71%까지 치솟았다. 만기 1년 이하의 단기 채권 비중은 현재 28%에 불과하다.

한국 국채의 인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쉽게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리라는 전망이 우세해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작아지는 데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는 원화 값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지면서 외국인이 한국 국채를 계속 사들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