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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정태명의 사이버 펀치]<70>멕시코전 패배에 투영된 4차 산업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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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아빠, 나 이제 축구 선수 안 할 거야.” 졸린 눈을 비벼 대며 밤 2시까지 멕시코전을 응원하던 아이의 푸념이다. 해가 뜨면 운동장이 좁다 하고 뛰어다니겠지만 우선은 패배의 실망감을 안고 잠자리에 들었다. 국제 스포츠 경기 승패는 단순히 한 경기 문제는 아닌 듯하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의 씨앗을 축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도처에 심은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비롯해 대통령 탄핵 등 기쁠 일 없이 우울한 시기에 “영미야!”를 외치며 국민을 열광하게 한 평창동계올림픽 컬링의 기억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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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 열세에도 태극 전사들은 훌륭한 경기를 펼쳤다, 비록 어이없는 페널티킥 한 방이 승패를 갈랐지만 준비된 전략과 성실한 자세로 한 수 위 멕시코와 대등한 경기를 한 태극 전사들의 열정과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지는 정신 자세는 칭찬할 만하다. 오랜만에 한국 축구팀의 진가를 발견, 기쁘다. 사실상 이기고 지는 것은 선수단만의 책임은 아니다. 승패의 대부분은 경기장에 들어서는 순간 결정돼 있기 때문이다. 월드컵 축구와 4차 산업혁명이 모두 그렇다.

첫째 실력과 전략이 승리를 결정한다. 인구 1억2000만명의 멕시코 축구 열기는 날씨만큼이나 뜨겁다. 축구공을 친구 삼아 골목을 뛰노는 아이를 쉽게 볼 수 있다. 기본기부터 철저히 익힌 실력이 멕시코 축구를 세계 20위권에 올려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경기에서도 공을 정확하게 연결시키는 능력과 다루는 기술이 준비된 전술이 승리를 엮어 냈다.

소프트웨어(SW) 개발력, 인공지능(AI) 이론과 빅데이터 분석 기술, 클라우드 환경 조성, 블록체인 활용 서비스 등이 4차 산업혁명에서 실력이다. 조기 ICT 교육과 융합 활성화로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기술력을 길러야 한다. 월드컵과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실력 없는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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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국민과 정부의 응원이다. 4만명 이상 멕시코 관중이 대한국전 응원에 나섰다고 한다. 1000여명의 붉은악마에 견주면 격세지감이다. 국내 경기장의 모습도 다르지 않다. 축구 경기보다는 국가대표 경기 등 승부가 관심인 경기에만 관중이 몰리는 '순간 관심'이 전부인 현실에서 축구 발전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루 종일 일하느라 지친 아빠의 모습보다 아빠의 지갑에만 관심을 두는 슬픈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멕시코전 응원은 신선한 충격이다. 4차 산업혁명에도 미래를 준비하는 국가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주기 바란다. 평화에 몰입해서 자족하기에는 산업 변화가 너무 빠르기 때문이다.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설치하고 적당한 예산 배정으로 만족해 하는 정부를 보고 있으면 러시아 월드컵에 출전하는 한국 축구를 보는 것 같아 불안하다. 시대는 규제를 적극 철폐하고 대규모 투자로 미래의 문을 여는 지도자를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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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에서의 패배는 다음 월드컵과 무관하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성패는 다르다. 미래와 연결고리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을 준비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실패하고, 경제와 사회는 처절한 패배의 고통을 겪게 된다. 브라질 등 부유하던 나라의 경제 실패와 우리의 현재를 살피고 4차 산업혁명 기반의 미래를 창출할 수 있는 정부의 지혜와 지도자가 절실하다. 철저한 4차 산업혁명 대비와 성공으로 2002년 월드컵에서 온 국민이 함께 외친 '대~한민국'의 함성을 타고 '꿈이 이루어지는 대한민국'을 염원한다.

정태명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 tmchung@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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