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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기고] 민희진 대표는 '거버넌스'를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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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거버넌스는 단순히 기업의 공식적 요소인 '지배 구조'를 의미하지 않는다. 기업 법률 및 재무를 전문으로 연구한 경제학자 Margaret M. Blair는 Governance를 '소유가 분산된 기업에서 누가 최종 의사결정권을 행사하고 수익과 위험을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규정하는 법적, 제도적, 문화적 메커니즘'이라 정의한다.

나아가 양 측간 지배 구조 형성에 있어 '공정성'과 '페어플레이'라는 주관적인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을 저서 Ownership and Control에서 설명한다.

이는 성공적인 M&A의 핵심이기도 한 '조직 문화 통합'의 필요성에 대한 고민과도 맞닿아 있음을 의미한다. '무엇이 공정한가' '무엇이 업계를 스스로 갉아먹지 않는 페어플레이인가'를 짚은 민희진 대표는 형태만 멀티 레이블인 합병 구조 안에서 주주의 이익과 배임까지 언급해 '문화 통합'의 중요성을 이해한 유일한 존재로 보인다.

기업에는 회사가 가장 많이 통제할 수 있는 공식적인 요소가 존재한다.

A. 지배 구조, B. 운영 모델, C. 평가 시스템, D. 물리적 환경

이는 전략, 운영 모델 또는 직무 설명과 같이 문서로 보거나 파악할 수 있는 가시적 요소다. 때문에 회사 내 리더의 명시적인 결정의 결과이며 변경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업 내에는 '문화'라는 비공식적인 요소 또한 존재한다.

A. 가치 체계, B. 권력 역학, C. 내러티브, D. 규범 및 신념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 행동 방식, 팀에게 중요한 것을 형성하는 신념, 가치, 규범의 집합으로 구성된다. 때문에 조직의 암묵적이고 무형적인 측면에서 의미 있는 일로 받아들여지는 것, '우리'와 '그들'의 정의, 업무 관행과 습관, 이상과 성공이 무엇인지 연구해야 한다.

중요한 건 이 문화 통합이 이루어지지 못한 현 상황이다.

어제 대한민국이 지켜본 울먹이며 욕을 쏟아낸 한 조직을 책임지는 대표의 한풀이 무대.

1. 숨겨진 문제가 드러났다.

BTS의 신화를 쓴 하이브는 멀티 레이블 구조를 통해 뉴진스, 르세라핌, 세븐틴과 같은 글로벌 무대에서 인정받은 그룹들을 성공시켜냈다. 모기업과 산하 조직들은 매우 유사한 핵심 역량, 기술,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잘 어울리고 상호 보완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다른 가치와 행동 패턴을 가지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민희진 대표는 외부도 아닌 내부의 산하 레이블에 의해 성공에 다가가는 '포뮬러', '플로우'가 카피당했다고 지적했다.

2. 해석에서 길을 잃었다.

'하이브의 첫 걸그룹'이라는 타이틀에 둔 양 측의 의미가 달랐다. 민희진 대표는 이 타이틀에 의미를 두고 별도의 오디션까지 기획 및 진행했다고 했다. 자신에게 미래를 맡긴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에게 약속한 해당 타이틀에 대한 책임감으로 문제 제기를 했다고 밝혔다. 반면 하이브는 지배 구조의 성격상 본인들이 의도한 멤버를 거부한 직원에게서 낯섦과 불편함을 느꼈다. 당연한 요구였으나 당연하다는 듯 거절을 당했고 두 조직의 수장은 감정적으로 멀어지게 되었다.

3. 문화 충돌이 발생했다.

민희진 대표는 기록적 성과를 낸 본인이 인센티브로 20억을 받았는데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한 다른 대표가 10억을 받았다는 소식에 분노했다고 했다. 인센티브 구조,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등의 차이를 경험하는 건 조직 간 공식적, 비공식적 구조 모두 잘못 정렬되어 있음을 의미한다. 이 잠재적인 긴장이 극명하게 드러난 사례를 현재 우리가 목도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역설적으로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변화를 필요로 하는 기준들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으나 이는 하이브의 몫으로 넘겨졌다.

문화는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고 서로 연결되어 있다. 더구나 창의력이 곧 브랜딩이자 경쟁력인 업계이며 전 세계 팬들이 지켜보는 규모의 영향력을 다루는 기업들 간의 문화 통합이 이슈인 사례다.

멀티 레이블이라는 시스템이 공식적 요소로는 이상적으로 보이나 미처 충분히 고려되지 않은 비공식적 요소의 통합이야말로 앞으로의 업계의 성장이냐 퇴보냐를 결정할 듯하다. 문화를 측정하려 하는가, 어떻게 평가할 수 있는가의 질문이 필요해 보인다.

손병채 ROC(Reason of creativity) 대표 ryan@reasonofcreativi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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