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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소홍삼의 내 인생의 책]③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 - 루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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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적 따스함을 잊지 말자

경향신문

현대사회의 경쟁은 점점 더 심화하고 있다. 이윤 창출과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분위기에서 각박해지고 인간성도 메말라 가고 있다. 게다가 세계 곳곳에서 크고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테러와 종교 갈등, 내전, 빈곤, 대형 사건·사고 등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어떤 이는 ‘불행이 만연한 시대’라 한탄하기도 하고, 한 시인은 ‘이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울고 있다’(심보선 시, ‘슬픔의 진화’ 중)고 가슴 먹먹해지는 시구로 표현하기도 한다.

인간 중심의 가치를 회복시키는 것이 문화예술의 역할이라 생각하며 이 분야에서 일해 왔다. 현대사회가 겪고 있는 수많은 분열과 갈등,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문화예술은 장벽과 경계를 허물고 평화로운 소통에 기여해야 한다. ‘사람과 생명’이 먼저인 문화예술의 본질적 가치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루쉰의 산문집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는 대학시절 학교 앞 민중서점에서 우연히 제목에 끌려 집어 들었던 책이다(당시는 루쉰이 아닌 노신으로 불렸다). 이 책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인간적 따스함을 지녀야 함을 일깨워주곤 한다.

책의 글밭을 거닐다 보면 당시 역사의 굴레에서 신음하는 중국 민중들과 함께 울고 웃고 몸부림친 루쉰의 고통과 그들에 대한 간절한 사랑, 약자를 향한 희망과 가르침이 생생히 전해져 온다.

또 오늘날의 우리 자신과도 만날 수 있는 유의미한 명제들로 가득 차 있다. 항상 가까운 곳에 두고 누렇게 세월의 흔적이 쌓인 책을 수시로 뒤적이는 이유다.

‘천재와 흙’이라는 수필에도 마음을 끄는 글귀가 있다. ‘천재가 나오기를 요구하기 전에 천재를 기를 수 있는 민중이 있기를 요구해야 한다. 튼튼한 나무를 얻거나 고운 꽃을 보려면 반드시 좋은 흙이 있어야 한다. 흙이 없으면 꽃도 나무도 있을 수 없다. 그러기에 꽃이나 나무보다 흙이 더 중요하다.’

<소홍삼 | 의정부예술의전당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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