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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4 (화)

글로벌 제약사들 바이오복제약 시장 속속 진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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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제약사인 미국 화이자는 지난 15일(현지 시각)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빈혈 치료제 바이오시밀러(복제약)인 '레타크리트'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했다. 원조 의약품인 암젠의 에포젠은 연간 매출이 13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이르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미국에서 이 약품의 바이오 복제약이 승인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화이자는 글로벌 매출 상위 10위 내 바이오 의약품 5종의 복제약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한국 기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바이오 복제약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바이오 복제약은 가격이 오리지널 의약품의 절반 이하로 저렴하면서도 비슷한 효능을 내는 제품을 말한다. 해외 상위 기업들은 그동안 복제약 대신 고부가가치 신약 개발에 집중했다. 하지만 유럽 등지에서 복제약이 원조 의약을 꺾을 정도로 성장하자 바이오 복제약 개발에도 나서기 시작했다. 오리지널 의약품 기업들이 거꾸로 복제약 시장을 기웃거리고 있는 것이다.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등 한국 기업들에는 버거운 경쟁자가 등장한 셈이다.

오리지널 기업들 거꾸로 복제약에 도전

20일 의약품 전문조사기관인 IMS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제약사들은 9건,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 등 국내 기업은 4건의 바이오 복제약 판매 승인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오는 2020년까지 특허 만료를 앞둔 의약품이 20여 개에 이르는 데다 각국이 약가 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어 글로벌 제약 기업들의 복제약 시장 진출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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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들이 빠르게 성과를 낼 수 있는 이유는 신약을 개발·생산하며 쌓아온 기술력과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자금력도 막강해 연구비가 가장 많이 소모되는 임상 시험에서 한국 기업에 비해 2배 많은 테스트 환자를 모집하고 있다. 임상 환자가 많을수록 매출과 직결되는 의약품의 신뢰도가 높아진다.

독일의 대표적인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은 지난해 8월과 11월에 각각 FDA 와 EMA(유럽의약국)에서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휴미라의 복제약인 '실테조'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현재 미국에서는 표적 항암제 복제약의 임상 시험 마지막 단계를 밟고 있다.

바이오 신약 전문 기업인 암젠도 최근 복제약 개발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암젠은 지난해 항암제 아바스틴의 바이오 복제약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미국에서 판매 승인까지 받았다. 암젠은 올해 미국과 유럽에서 유방암 치료제 복제약의 허가도 받을 예정이다. 프랑스 사노피는 지난해 9월 FDA로부터 당뇨병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애드멜로그'의 승인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세계적 제약 기업들이 복제약 개발에 나서면서 관련 시장도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약품 전문 조사업체 프로스트앤드설리반에 따르면 지난 2015년 27억달러(약 3조원)였던 글로벌 바이오 복제약 시장은 오는 2025년에 663억 달러(약 71조원)까지 커질 전망이다.

美 트럼프 정부 약가 인하 정책도 한몫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약값을 낮추기 위해 바이오 복제약 처방을 장려하는 것도 바이오 복제약 붐을 부추기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지난 11일 "미국인들을 압박하고 있는 과도한 약값을 낮추는 게 시급하다"며 바이오시밀러 육성을 담은 제약 산업 정책을 발표했다. FDA도 같은 날 "바이오시밀러에 한해 승인을 촉진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탄탄한 글로벌 영업망을 갖춘 해외 제약사들이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유럽의 복제약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 그동안 바이오 복제약 시장을 주도해온 한국 기업들에는 부담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 복제약은 제품별 성능에 큰 차이가 없어 먼저 시장을 선점해야 살아남는 구조"라며 "국내 기업들도 복제약 제품군을 다양화하고 한발 빠른 복제약 개발로 글로벌 기업에 맞서야 한다"고 말했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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