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환구시보 "문 대통령은 트럼프 슈퍼특사"...韓에 워싱턴으로부터 독립 촉구

중국 환구시보는 인터넷판에서 남북정상 회담이 성공했다면서도 미국에 따라 판문점 선언이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고 워싱턴을 상대로 한국이 자기의견을 견지하는 용기를 내야한다고 촉구했다. /환구망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7일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발표한 ‘한반도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과 관련 인터넷판 사평에서 “대체적으로 남북정상회담 성과 기대에 대한 상한선에 달했다”며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환구시보는 적지 않은 사람들을 흥미진진하게 만든 세부적인 안배는 TV 생중계에 처음 등장한 김정은에 대한 호감을 갖도록 하고 한반도 남북이 하나의 민족이라는 특수적인 정의(情誼)를 보여줬다고 전했다.

국수주의 성향이 강한 환구시보는 그러나 “한반도 평화를 위해 세운 무대가 매우 번화하지만 여전히 취약하다”며 “또 다른 중량급 주역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 전날 북미 정상회담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발언한 것을 상기시키고 북미 정상회담은 조건부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모종의 의미에서는 이번 남북 정상회담을 북미 정상회담의 예행연습 격으로 믿는다”며 “문재인이 한국의 대통령이지만 트럼프의 ‘슈퍼 특사” 역할을 한 것”이라고 비유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어떤 협의도 워싱턴의 진심어린 지지를 얻어야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실현이 어려울 것이며 일단 실현되도 오래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환구시보는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판문점 선언에 적힌 내용이 모두 구체적인 계획이 아닌 비전이라며 최종적으로 미국이 나와서 북한과 담판을 벌여야하는 일들이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한국은 염원을 전달할 수 있을 뿐 협상을 할 권리는 매우 제한돼 있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한국 여론은 남북 정상회담과 관련 전쟁 상태를 끝내는 문제보다 비핵화 문제를 훨씬 중시해왔다며 한국이 이 방면에서 워싱턴으로부터 견제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환구시보는 북한의 지도자가 3.8선을 넘어 한국으로 간 것은 과거 60여년 역사상 처음이지만 남북 정상회담은 처음이 아니다며 역사의 경험은 북미관계가 좋지 않으면 남북 관계가 좋아져도 쉽게 후퇴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남북 정상이 만났을 뿐 아니라 성과를 얻었기 때문에 한반도로서는 금요일(27일)이 최근 수년래 가장 기쁜 날이라면서도 머지 않아 열리는 북미 정상회담이 잘 되지 않으면 이날 대화를 나눈 것들은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창 동계올림픽 때 많은 사람들은 당시 남북이 하나가 된 것이 덧없이 사라질 수 있음을 우려했는데 오늘까지도 그런 걱정이 그림자처럼 우리를 따라오고 있다는 것이다.

환구시보는 이 순간부터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남북의 노력이 또 다시 배척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한반도가 오늘의 대화 국면에 이르는데 한국이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과거 수개월간의 상황은 서울이 창조하고 쟁취해야 국면을 주도적으로 이끌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이어 “한국이 과거에는 과도하게 워싱턴을 따랐다”며 “서울은 앞으로 자신의 의견을 더 용감하게 견지해야한다”고 권고했다.

환구시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차례 김정은을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다고 했지만 이는 백악관이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청와대가 충분히 의견을 낼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이 그렇게 하는 게 한국의 이익과 매우 밀접히 관련돼 있기 때문에 한국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간 회담의 외부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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