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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SKY 진학’ 많을수록 좋은 고등학교? 수원시의 ‘실적 내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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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0여곳 선정 6억 지원 ‘육성사업’

운영실적·특성화 평가 취지와 달라

상위 20개대 진학실적 지표 삼아

시, 실적경쟁 내몰기 비판에 “개선”



한겨레

수원시의 지난해 일반고 평가 시 대학진학실적 평가를 위한 세부 평가지표. (* 표를 누르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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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가 서울대 등 이른바 명문대를 포함해 상위 20개대에 진학한 실적을 중심으로 우수고를 선정해 해마다 6억원씩을 지원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선 학교 교사들은 수원시의 고교 평가 지표의 개선을 요구했고, 수원시는 “평가 지표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23일 수원시와 일선 학교의 말을 종합하면, 수원시는 매년 5월 초 ‘좋은고 육성지원사업’을 공모해 학교 1곳당 3000만~7000만원씩을 지원해왔다. 2009년부터 시작돼 지난해에는 수원지역 38개교(특성화고 7곳 포함) 중에서 13개교를 선정해 6억원을 지원했다. 좋은고 육성지원사업은 일반고와 특성화고의 교육 경쟁력 향상과 글로벌 인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특성화 지원을 위해 학교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다.

하지만 전년도 학교 운영 실적과 학교 특성화 사업을 평가하겠다는 취지와 달리 총평가점수 100점 중 일반고는 대학진학실적에 25점, 특성화고는 취업실적에 35점을 배정했다. 평가 지표 중 진학성적과 취업실적에 가장 많은 배점을 해, 일선 학교를 실적 경쟁으로 내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고 평가에선 6개 지표 중 대학진학실적에 가장 많은 점수를 주고 있어 진학률에 따라 교육을 서열화한다는 비판이 높다. 진학실적은 한 언론사가 대학평가를 해 종합순위를 매겼던 것을 기준으로 삼았는데 여기서는 상위 20개 대학만 등급화하고 다른 대학은 아예 평가 대상에도 들어가지 않는다. 서울대·연세대·고려대와 의학·한의학 계열 대학은 상위 A그룹에 배치하고 나머지 대학은 B그룹, C그룹, C그룹 이하로 분류한 뒤 A그룹 대학에 진학한 학생 1명당 7점을, C그룹 이하의 대학 진학 땐 학생 1명당 2점을 부여해 합산하는 방식으로 평가했다. 나머지 5개 평가 지표는 학교특성화사업 운영성과 등으로 학교별 큰 차이가 없어 사실상 대학진학실적이 예산 지원의 열쇠다.

특성화고도 학교 특성화 사업 운영성과 등의 평가지표에선 점수 차이가 거의 없지만, 취업실적이 35점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얼마나 많은 학생을 취업시켰는지가 시 예산 지원의 관건으로 작용한다.

박정희 전교조 수원중등지회장은 “수원시가 ‘사람이 우선’을 내건 만큼, 학교를 성적과 실적으로 내몰기보다는 낙후된 학교의 교육환경을 개선하고, 학생 개개인이 자신의 꿈과 진로를 찾아갈 수 있게 학교의 특성화 과정을 지원하도록 평가 지표를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달 초 좋은고 육성지원 사업 공모사업에 나설 수원시는 이런 지적이 일자 뒤늦게 평가 지표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수원시 한 관계자는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평가 지표는 현장의 의견을 수렴해 바꾸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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