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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미투(#MeToo)에서 페이 미투(#PayMeToo)로 번지는 남녀차별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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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6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8 이노베이션 서밋 파리`의 다양성 및 포용성 관련 세션에서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티나 카오 마일론 상무와 올리비어 블룸 최고인사담당자, 타냐 콘센티노 남미 지역 사장이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혁신 사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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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인사이트-186] -프랑스 기업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혁신 사례

연초부터 전 세계에서 직장 내 남녀 불평등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지난달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남녀 간 평균임금 격차를 조사한 결과 한국이 37%로 가장 크다고 밝혔다. 평균은 16%로 2배가 훌쩍 넘었다. PwC는 각국이 남녀 간 임금 격차를 줄일 경우 여성들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 등 효과로 인해 OECD 전체 국내총생산(GDP)이 약 6조달러(약 6492조원) 늘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폭력 폭로 운동인 미투(#MeToo)는 직장 내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운동으로 확산되고 있는 모습이다. 영국 여성 하원의원들은 소셜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남녀 간 임금격차에 항의하고 기업들에 이에 대한 해결책을 요구하는 '페이 미투(#PayMeToo)'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관리 및 자동화 기업인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일찍이 직장 내 여성 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오고 있는 기업이다. 직장 내 여성 비율을 평직원과 임원급에서 각각 40%와 30% 이상으로 늘리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으며, 남녀 간 임금 격차 조정도 실시하고 있다. 지난 5~6일 슈나이더 일렉트릭이 자사의 최신 제품과 솔루션을 발표하기 위해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한 '2018 이노베이션 서밋 파리'에서는 사내 다양성과 평등 수준을 제고하기 위한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노력 사례가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인사관리 및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올리비에 블룸(Olivier Blum) 최고인사담당자(CHO)는 6일 관련 세션에 참석해 현재 상황과 기준을 뛰어넘는 수준의 노력을 강조했다. 가령 직원 내 여성 비율을 40%로 높이고 싶다면 신입 직원은 50%를 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잘해봤자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것에 그치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슈나이더 일렉트릭 인도 사업부는 대학 채용의 50%, 전체 채용의 40%를 여성으로 뽑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티나 카오 마일론(Tina Kao Mylon) 상무도 이날 세션에 참석해 남녀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시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일임금 동일노동 정책은 한국에서도 때때로 뜨거운 사회적 이슈가 돼 왔다.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가장 명확한 방법이지만 기존에 더 많은 임금을 받는 구성원들과의 합의가 어려워 무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일론 상무는 이에 대해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남성과 여성 간 임금 격차 상황과 이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를 보여주는 데이터를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격차가 얼마나 심각한지, 이로 인해 회사의 경쟁력이 얼마나 손실되고 있는지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보여줌으로써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 의지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마일론 상무는 이어 "불평등을 실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이나 제도를 지배구조에 포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성 채용 확대 같은 정책은 일시적으로 추진되기도 하지만 경영진이 바뀌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한시적인 정책으로만 시행할 것이 아니라 제도·시스템으로 지배구조 속에 포함시킴으로써 영속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다양성·포용성 위원회(Diversity Inclusion Board)를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이날 세션에는 타냐 콘센티노(Tania Cosentino) 남미 지역 사장도 참석했다. 그는 브라질 시민, 여성 출신으로는 최초로 브라질 사업부 사장과 남미 지역 사장을 맡았다. 슈나이더 일렉트릭의 다양성과 포용성 정책을 입증하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콘센티노 사장은 2000년 슈나이더 일렉트릭에 입사했다. 그는 이에 대해 "직원에게 회사의 이익을 돌려주는 가치가 좋아 슈나이더 일렉트릭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다양성과 평등 수준을 높이는 것이 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콘센티노 사장은 그러면서도 다양성과 평등에만 치우쳐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그는 "실력주의(meritocracy)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면서 "슈나이더 일렉트릭은 단순히 여성을 많이 뽑고 승진시키는 것이 아니라 실력 있는 여성을 찾아 기회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리/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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