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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GM "이대로면 20일 법정관리" 15만 일자리 걸고 벼랑끝 전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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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GM 본사가 노사 협상의 데드라인(20일)을 나흘 앞두고 '벼랑 끝 전술'을 펼치면서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 며칠 내에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아 미국 GM의 공언대로 법정관리로 들어가면 15만개 이상 일자리가 위협받는 '고용 대란'이 발생할 수 있다.

GM 본사는 한국GM 노조를 상대로 "오는 20일까지 비용 절감 방안에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관리 신청을 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또 2대 주주(지분 17%)인 산업은행과 한국 정부에 대해서는 한국GM 실사 과정에서 합의했던 '운영자금 단기대출(브리지론)' 요청을 철회하면서 "오는 20일 협상 테이블에 모두 나와야 한다"고 몰아붙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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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은“20일까지 한국GM 지원을 위한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수 있다”고 언급하는 등‘벼랑 끝 전술’을 구사하며 산업은행과 회사 노조를 압박하고 있다. 왼쪽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을 찾은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 오른쪽은 GM과 협상을 벌이는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뉴시스·성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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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산은의 지원이 이뤄진 뒤에도 한국GM에 대해 산은이 지분 17%를 유지하고 자산 처분에 대한 거부권을 보유해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는 "의견 차이가 상당히 크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만약 미국 GM 측이 협상 결렬을 선언하고, 한국GM을 법정관리로 넘길 경우 문제 해결이 한층 어려워진다.

한국GM은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법정관리로 넘어가면 청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청산에 들어가면 남은 재산을 팔아 빚을 갚은 뒤 회사는 문을 닫고 임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GM 본사가 법정관리 신청 시한을 걸고 우리 정부·산은과 한국GM 노조를 동시에 압박하는 이유는 하루빨리 본협상에 들어간 뒤 최대한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산은과 정부로서는 미국 GM이 한국GM의 장기 존속에 대한 확실한 약속을 제시하지 않는 한 지원을 결정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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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엥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10일 방한한 후 일주일 가까이 국내에 체류하며 산은과의 협상에 몰두하고 있다. 올해 들어 여섯 차례 방한한 엥글 사장은 그동안 한국에 2~3일만 머물다 갔었다. 한국GM 관계자는 "엥글 사장이 이번에 장기 체류하며 산은과 출자 전환, 신규 자금 투입 관련 협상을 마무리 지으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사 협상, 성과 없이 시간만 허비

한국GM이 회생을 위해 진행 중인 노사 교섭은 별 성과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 지난 3월 한국GM 노조는 올해 기본급 동결, 성과급 포기 등을 내걸었지만 폐쇄가 결정된 군산공장 근로자 전환배치, 1인당 3000만원어치 주식 분배, 정년 연장 등 미국 GM 측이 수용하기 힘든 요구를 내놓고 있다.

반면 재무 구조를 개선하려는 한국GM 사측은 현재 노조 측에 제공되는 복지 혜택을 추가로 감축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노사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4월 들어 교섭은 한 차례도 이뤄지지 못했다. 특히 GM 본사는 한국GM 노사의 임단협이 타결돼야 긴급 자금을 수혈할 수 있다는 입장인데, 한국GM은 이미 유동성이 말라 위기 상황에 놓여 있다. 지난 5일 한국GM이 유동성 위기로 작년분 성과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하자 일부 노조원이 한국GM 사장실을 무단 점거하기도 했다. 지난 12일(현지 시각) 댄 암만 GM 본사 총괄 사장은 "20일까지 모든 이해관계자가 협상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며 법정관리 데드라인을 20일로 밝혔다. 이후 한국GM은 법정관리 신청 실무 작업을 준비하고 있다. 노조는 사측에 16일 교섭을 열자고 요청했지만, 사측은 "교섭장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안전을 확보하는 조치 없이는 교섭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이어서 20일까지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조차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GM이 철수할 경우 그 피해는 부품 업계와 자동차 산업 전체로 이어진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GM 철수 시 생산시설 가동 중단 등으로 전후방 산업에 30조9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산은과도 신경전 지속

엥글 사장은 지난 13일 산은 고위 관계자와 회동에서 한국GM 실사 착수 이후 진행된 논의 가운데 상당 부분을 뒤집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우선 "실사를 성실하게 받으면서 담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산은으로부터 받기로 했던 '운영자금 단기대출(브리지론)' 신청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날 회동에서 산은은 한국GM을 지원한 뒤에도 기존 지분(17%)이 유지돼야 하며 이를 위해 GM 본사 지분을 20대1로 '차등 감자(減資)'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엥글 사장은 "의견 차이가 상당히 크다"면서 동의하지 않았다. 산은 관계자는 "GM 본사가 한국GM에 빌려준 27억달러(약 3조원)를 출자 전환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할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렸다"고 전했다. 엥글 사장은 또 산은이 한국GM 자산 매각에 대한 거부권을 가져야 한다는 요구에 대해서도 "이견이 크다"고 했다.

이렇게 GM 본사가 법정관리 신청 시한을 걸고 정부와 산은을 압박하는 것은 '한국GM 노조 설득에 힘을 보태달라'는 뜻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산은 관계자는 "정부와 산은이 강도 높은 지원 계획을 먼저 내놓을 경우 한국GM 노조 설득이 훨씬 수월해질 것으로 GM 본사가 판단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향후 협상 과정에서도 GM 본사와 한국 정부·산은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예컨대 5000억원을 한국GM에 들여 15만6000개 일자리를 유지한다면 그게 '나쁜 장사'이냐"라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정부와 산은이 한국GM을 지원하면서 지분 17% 유지, 자산 매각에 대한 거부권 확보 등을 관철하지 못할 경우 여론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상황이다.

금원섭 기자(capedm@chosun.com);김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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