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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왜냐면] 통일열차 타고 베를린까지 / 이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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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상호
화가

나는 꿈을 꾸는 화가다. 수년 전 <통일열차 타고 베를린까지>라는 그림을 그린 적이 있다. 광주에서 출발한 기차가 서울과 평양을 거쳐 유라시아를 횡단해 베를린까지 가는 희망을 담은 작품이다. 2000년 6월15일 평양에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만나 공동선언을 발표한 뒤 상상했던 한반도의 ‘미래’였지만, 그 꿈은 아직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 되레 수년 동안 한반도 주변엔 평화를 위협하는 목소리만 커졌다.

한겨레

<통일열차 타고 베를린까지>, A 4498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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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또다시 한반도에 반가운 꽃비가 내리고 있다. 오랜만에 평화공존의 기운이 가득하다. 4월 말 판문점에서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은 5월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예정이다. 남북관계와 한반도 비핵화, 평화체제 논의가 동시에 맞물려 진행되고 있다. 세계사의 극적 변화가 한반도에서 눈앞에서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나는 또다시 예술가의 상상력을 동원해 꿈을 꾼다. 남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이 서로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생각한다. 먼저 남북 이산가족들이 판문점 공동경비구역에서 함께 살 수 있는 남북 생태평화 공동체 마을이 조성됐으면 좋겠다. 70여년 동안 헤어진 남북의 어르신들이 이곳에서 여생을 편히 보내며 그동안 쌓였던 눈물과 한숨을 끝냈으면 한다. 생태평화 공동체 마을에서 노부부 등 이산가족들이 함께 농사를 짓고 살면 얼마나 행복할까? 남북이 이 마을에 의료시설을 지원해 주고 아들·딸·손주들이 어느 때나 찾아뵐 수 있도록 개방되길 바란다. 궁극적으로 남북 생태평화 공동체 마을을 점차 넓혀가 남북 생태평화구역으로 확대 조성하면 좋겠다.

두번째는 중국 연변대에 남북이 공동으로 단과대를 설립하는 것이다. 남한 정부에선 아이티(IT) 단과대학을 지원하고 북한에선 한의학, 문화예술 단과대 등을 지원하는 것이다. 연변대에 추가로 설립된 단과대는 남북의 정서적 동질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매개로 삼는다. 예를 들어, 영화학과 졸업작품을 제작할 때는 남북을 오가며 영상을 담을 수 있도록 양쪽에서 인적·물적 지원과 촬영의 자유를 보장해 준다. 졸업 후에는 각자의 고향으로 돌아가 그 지역 대학에서 지도자로 활약할 수 있을 것이다.

화가인 나의 개인적인 바람은 죽기 전에 통일열차를 타보는 것이다. 목포-광주-서울-평양-하얼빈-베이징-몽골까지 열차가 연결되고, 또 부산-경주-나진-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거쳐 유럽까지 철길이 이어지길 꿈꾼다. 그 통일기차를 타고 베를린까지 가면서 주변 도시의 역사·문화 현장을 그린 그림을 모아 남북의 도시에서 전시회를 열고 싶다. 4월 말 남북 정상회담과 5월의 북-미 회담이 한반도에 평화의 단비를 선물한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이 우리 후손들에게 역사에 남을 담대한 변화의 새로운 출발이 되길 간절히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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