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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사설] 고용절벽 보고도 ‘반시장’ 일자리 정책 고집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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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붓는 ‘고용 특단대책’ 발표 / 규제·노동개혁 계속 외면한다면 / 최악 청년 실업 한파 계속될 것

정부가 최악의 청년실업 문제를 풀기 위해 이른바 ‘특단의 대책’을 내놓았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는 청년에게 3∼4년 동안 소득 지원, 소득세 면제, 주거비·교통비 지원을 통해 연간 약 10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청년 창업자 1만명에게는 성공 시에만 상환하는 조건으로 1000만원을 지원하고, 기술혁신 청년 창업자 3000명에게는 1억원을 제약 없이 사용하는 오픈바우처 지원도 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청년실업률을 8%로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어제 청와대 ‘청년 일자리대책 보고대회’에서 나온 정책이다.

이들 대책의 공통점은 하나같이 ‘나랏돈을 푼다’는 점이다. 정부는 실업난 해소를 위해 추가경정예산안 카드도 꺼냈다. 올해 예산 집행을 시작한 지 석달 만에 추경 보따리까지 풀 심산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용절벽 상황과 인구구조 변화까지 겹친 어려운 상황을 타개하는 특단의 한시 대책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추경 편성을 주문했다. 무슨 돈이 그리 많아 툭하면 혈세를 쏟아붓겠다는 것인가. 국가채무는 올해에만 41조원 늘어 연말에는 70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국민 1인당 나랏빚은 이미 1300만원을 넘어섰다. 청년실업률을 낮추겠다며 뿌리는 혈세는 젊은 세대가 떠안아야 할 나랏빚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그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시장과 기업”이라고 했다. 옳은 말이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이 고용을 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 것을 알면서도 ‘반(反)시장’ 정책을 펴니 일자리가 만들어지기는커녕 되레 사라진다. 2월 고용동향에는 ‘거꾸로 간 정책’이 부른 재앙의 실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난달 취업자 증가 수는 10만4000명에 그쳤다. 월평균 30만명대를 유지하던 취업자 증가폭은 3분의 1 토막 났다. 최저임금 인상 영향이 큰 도소매, 숙박·음식, 사업시설관리·지원업 등 세 업종에서만 14만5000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세계 경기가 살아나는 상황에서 빚어진 ‘고용절벽’이다.

최저임금 인상만 반시장 정책인 것도 아니다. 규제·노동 개혁에 대해서는 말 한마디 없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근로시간 단축, 법인세 인상 및 세금감면조치 폐지와 같은 반시장 정책이 춤을 춘다. 밖으로는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강화되고, 안으로는 곪아터진 부실기업 정리가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은 너무도 빤하다.

혈세를 투입해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발상부터 바꿔야 한다. 지난해 일자리 추경 내역을 분석한 결과, 일자리는 목표의 절반 수준인 6만7000개를 만드는 데 그쳤다. 그것도 절반은 60∼65세 노년층의 아르바이트였다고 한다. 일자리를 만들고자 한다면 혈세를 쏟아부을 게 아니라 기업 투자를 가로막는 규제·노동 장벽을 허물어야 한다. 어제 청와대 보고대회에서는 규제·노동 개혁에 관해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 식으로 일자리가 만들어지겠는가. 정부는 말로만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시장과 기업”이라고 외칠 게 아니라 그 말을 제대로 실천하기 바란다. 정부 신뢰는 바로 언행일치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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