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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시의원 며느리 취업시키려" 채용 기준 바꾼 사립학교장 해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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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교육청, H고교 감사결과 발표]

머니투데이

이민종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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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사 채용시험에서 시의원 며느리를 합격시키기 위해 채용기준을 바꾸고 압력을 가한 사립 H고교 교직원들에 대해 서울교육청이 파면·해임을 요구했다.

서울교육청 공익제보센터는 지난해 3월 H고 교사채용 비리 제보를 받고 감사를 실시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H고 교무부장(현 교장)과 행정실장은 작년 1월에 208명이 응시한 영어과 정교사 채용시험에서 해당 학교의 기간제교사 L씨가 서류심사(2차 전형)에 통과하도록 서류 심사 기준을 변경했다.

원래의 서류심사 교과기준은 △어학성적 △대학급 △교육경력 △대학성적 △전공학과 등 5가지였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L씨는 소위 'SKY'라고 일컫는 최상위권 대학을 나오지 못했고 대학 재학 시절 학점이 좋지 않아 대학급, 대학성적, 전공학과 3가지 항목(각각 2점 만점)에서 0점 처리될 처지였다"라며 "이대로라면 2차전형 수험생 15명 중 15등으로 불합격했어야 맞다"고 설명했다.

L씨가 떨어질 상황이 되자 교무부장은 심사기준을 변경해 L씨가 합격하는 것을 도왔다. L씨가 점수를 받지 못하는 정량적 지표 3가지를 없애고 △인성 △업무적합도 등 정성적 지표를 새롭게 추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교무부장은 심사기준을 변경할 권한을 가진 4명의 교과협의회 교사들에게 청탁과 압력을 넣었다. 서울교육청 관계자는 "교무부장은 반대 의견을 밝힌 교사의 경기도 자택까지 찾아가 심사기준을 바꿔달라고 요구했으며 행정실장은 교사들에게 욕을 하기도 했다는 교사들의 진술이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L씨의 직속상급자인 영어과 대표교사 P씨가 주도해 심사기준을 바꿨고 L씨는 주관적 평가항목인 업무적합도에서 최고점(4점)을 받아 2위로 서류심사를 통과했다.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시교육청은 △행정실장 중징계(파면) △P교사와 교무부장 중징계(해임) △청탁을 수용한 교사 2명 경징계(감봉, 견책) △교감 경징계(감봉) 처분을 법인 측에 요구할 계획이다. 부정한 절차로 임용된 L씨에 대해서는 임용취소 요구를 검토한다.

다만 시교육청은 교무부장 등이 L씨를 합격시켜야 했던 이유는 밝히지 못했다. 시교육청은 "H고의 전 교장이 L씨의 채용을 부탁했기 때문이라는 진술 외에 청탁을 받은 이들이 금전거래를 한 사실은 밝히지 못했다"며 "L씨의 시아버지가 포천시의원이고, 전 교장의 친형이 포천 출신의 경기도의원이라는 사실 정도만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시교육청은 작년 4월에 L씨에게 유리하도록 서류심사기준을 임의적으로 변경한 P교사를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 이에 대해 지난달 기소처분이 내려졌다. 또한 심사위원들에게 부정청탁을 한 교무부장과 행정실장은 부정청탁법 위반으로 의정부지방법원에 과태료부과 통보를 해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유죄 판결이 날 경우 사립학교 교원채용과 관련해 청탁만으로 처벌받는 최초 사례가 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직무를 수행하는 공직자가 채용·승진·전보 등 인사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는 행위를 금하고 있다. 이를 위반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돼있다. 이민종 시교육청 감사관은 "사립학교 교사채용 비리와 관련해 부정청탁법을 적용한 최초의 처분사례로 앞으로도 사학 채용비리에 대해서는 엄중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민지 기자 mj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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