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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유효상 칼럼] 왜 합작투자가 성공하기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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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사진=유효상


네이버가 공들여 키운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 '라인'을 통째로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뉴스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다. 정부는 물론 정치권까지 나서 격한 표현도 서슴지 않으며 국가 간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대통령실까지 입장을 내놨다. 시민단체도 나섰다. 지금까지 한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이렇게 뜨거운 관심과 논란의 중심에 선 경우는 없었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작년 11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일본 합작사인 라인야후에서 52만 건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에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일본 정부가 라인야후에 대해 행정지도에 나섰다.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놓을 것과 동시에 개인정보를 관리하고 있는 네이버 클라우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라고 했다. 그런데 일본 측의 행정지도가 네이버의 지분을 축소하라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결국 애써 키운 라인이라는 사업을 소프트뱅크에 뺏기게 되는 것 아니냐라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그런데 정작 상황을 악화시킨 건 경영권 이슈다. '경영권을 잃는다', '경영권을 뺏긴다'라는 자극적인 기사가 연일 언론을 통해 나가면서, 국민들은 마치 네이버가 경영권을 갖고 있었는데 그리 크지 않은 사건을 빌미로 소프트뱅크에 경영권을 강제로 넘겨야 한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2019년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일본에 라인 사업을 관장할 A홀딩스라는 합작사를 설립할 당시 지분율은 50:50이지만, 실질적인 경영권은 소프트뱅크가 갖기로 합의했다. 그래서 소프트뱅크 쪽 이사 수가 더 많았다. 또한 네이버는 라인을 자회사에서 제외하고 지분법이 반영되는 관계회사로 바꿨다. 이와 같은 내용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1년 4월까지는 라인의 한국법인 라인플러스의 최상위 지배기업을 네이버로 표기했지만, 같은 해 7월 '소프트뱅크그룹'으로 변경한 것이다.

사실 라인야후라는 합작회사가 설립되는 과정도 간단치 않았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는 양사의 장점을 결합하여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글로벌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 위해 야후재팬과 라인을 통합하여 경영하기로 합의하고, 2019년 11월 A홀딩스라는 합작법인을 일본에 설립했다. 이후 여러 복잡한 과정을 거쳐 소프트뱅크가 소유한 야후재팬과 네이버의 라인을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된 Z홀딩스라는 회사로 넘겼다. 그리고 Z홀딩스를 A홀딩스의 자회사로 만들었다. 그래서 라인은 A홀딩스의 손자회사가 됐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작년 10월 Z홀딩스는 자회사였던 야후재팬, Z 엔터테인먼트, Z 데이터, 라인을 흡수합병하여 라인야후라는 이름으로 새 출범했다.

일반적으로 합작투자에서 가장 많은 구조는 51:49다. 합작사 지분율을 50:50으로 하면 공정하고 합리적인 것 같지만, 회사 운영에 관련된 모든 안건에 대해 만장일치가 아니면 진행을 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사업 방향이나 경영권을 두고 분쟁이 일어날 우려도 크고, 사업 부진 또는 실패에 관한 책임소재가 불명확하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지분율의 차이가 가장 적으면서 업무 추진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51:49의 구조나 '50%+1주'가 선호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 이유로 50:50 지분율의 합작사도 존재한다. 국가별로 해외투자 요건이나 세금 혜택 등의 이유로 반드시 50% 이상의 지분이 확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런 경우에도 라인야후와 같이 이사회 구성에서 차등을 두거나, 어떤 상황이 발생하면 상대방 주식 중 1주나 1% 혹은 일정 지분을 살 수 있는 콜옵션(call option) 조항을 '주주 간 합의서'에 넣고, 어느 쪽에 실질적인 의사결정권이 있는지를 확실히 한다. 그리고 경영권을 갖고 있는 회사가 합작사를 자회사로 등록한다. 결국 어느 기업의 자회사인지 확인하면 경영권 주체를 쉽게 알 수 있다.

일본 정부는 비록 부인했지만 행정지도에서 거버넌스 이의 제기는 네이버의 지분율을 낮추라는 뜻으로 읽혔다. 정부가 기업의 법규 위반에 대한 제재를 내리는 일은 어느 나라 어느 기업이나 있을 수 있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 기업이나 외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개인정보 관리 소홀 제재로 민간기업의 지분을 매각하라는 권고는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하여 소프트뱅크는 "라인야후 자본 관계 재검토를 위해 네이버와 협의 중"이라고 언급했으며, 네이버는 "회사에 가장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지분 매각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열고 소프트뱅크와 성실히 협의해 나가고 있다"라고 했다.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글로벌 환경에서 조인트 벤처는 시너지를 창출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기업들의 중요한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다양한 배경과 전문성을 가진 기업들이 협력함으로써, 단독으로는 달성하기 어려운 혁신과 효율성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기업은 기술적 전문성이 있고 다른 기업은 해당 시장에 강력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면, 이들의 결합은 상호 보완적인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다. 특히, 해외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을 고려할 때, 현지 기업과의 합작투자는 문화적, 법적, 경제적 장벽을 극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는 현지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접근성을 제공하며, 글로벌 확장 전략의 일환으로 활용된다.

그러나 라인야후에서 보듯 예기치 않은 수많은 리스크로 인해 합작투자가 실제 성공으로 이어지는 사례는 많지 않다. 서로 다른 기업문화와 경영 스타일의 충돌, 빠르게 변화하는 비즈니스 환경으로 인한 이해관계 상충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그래서 합작회사는 한쪽 파트너가 다른 파트너의 지분을 완전히 인수하거나, 제3자에게 매각하면서 끝을 맺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비즈니스 세계에서 공동 경영을 하던 기업들이 협업을 깨고, 상황에 따라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상대를 공격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도 공동 경영 과정에서 갈등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향후 네이버의 선택지는 3개다. 전량 매각, 일부 매각, 현상 유지다. 매각은 라인을 포기하고 생성형AI 등 새로운 신규 사업이나 기존 사업 강화를 위한 막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서, 현상 유지는 라인을 통한 해외 사업 확대에 방점을 찍는다는 전략일 것이다. 그러나 매각으로 큰돈을 확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는 소프트뱅크가 굳이 엄청난 거액을 들여 주식을 인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제3자에게 매각한다는 것도 불가능하다. 현상 유지는 최악으로 치달은 일본 정부와 국내 여론 극복이 숙제다. 그래서 네이버는 장고에 들어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외부의 지나친 간섭이나 개입은 오히려 네이버를 더욱 어렵게 만들 뿐이다.

지금 상황은 월드컵의 한일전이 아니다.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로 풀어야 한다. 네이버도 시가총액 수십조 원에 달하는 한국 10위의 대기업이다. 믿고 조용히 응원하자.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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