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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더 나이 들기 전에 더 많이 돕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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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이웃들과 빵 나누는 ‘빵 할아버지’ 모질상씨

스쿠터로 골목 누비며 독거 노인과 ‘말벗’하며 집수리까지

많은 선행에 ‘행복나눔인상’…“나 같은 사람 더 많아지길”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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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용인시 토박이 모질상씨(71)는 동네에서 ‘빵 할아버지’로 불린다. 소외된 이웃들을 찾아가 빵을 나눠줘 생긴 별명이다. 매주 금요일마다 한 주도 거르지 않고 빵을 실어 나른 게 4년째다.

모씨는 2014년 6월부터 처인구 중앙동에 사는 70~80대 홀몸노인 30~40명에게 빵을 나눠주고 있다. 첫주와 셋째주 금요일 아침이면 300여개의 빵을 1명당 7~8개씩 나눠주기 위해 빨간색 스쿠터를 타고 골목을 누빈다. 둘째주와 넷째주 금요일에는 노인복지시설인 ‘사랑의 집’을 찾는다. 이때는 빵과 함께 떡케이크도 함께 준비한다.

모씨는 한 달에 70만원이 드는 빵 구입비를 모두 자비로 충당하고 있다. 몇 년째 같은 빵집에서 빵을 구입해서 그런지 가끔은 인심좋게 덤을 받기도 한다. 얼마 전부터는 빵집 주인이 제빵 기술을 가르쳐주겠다고 해서 앞으로는 직접 만들어 배달을 해야겠다는 꿈도 갖고 있다.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맛있는 빵에, 말벗까지 돼주니….” 모씨는 빵만 배달하는 게 아니다. 고장난 보일러를 고쳐주기도 한다. 빵을 배달하지 않을 때에도 오다가다 들러 안부를 물으며 말벗이 되어준다. 무료하고 외로운 노인들에게 달달한 빵과 함께 활기까지 선사하는 고마운 사람인 것이다. 모씨는 “외롭게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무엇을 도와주면 좋을지 고민하다 이 일을 하게 됐다”면서 “나이가 들수록 삶의 즐거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모씨의 선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2016년에는 자신의 밭에서 직접 심어 수확한 고구마 150상자(340만원 상당)를 이웃돕기에 써달라며 기부했다. 지난해 5월에는 자녀들로부터 받은 칠순 축하금 2000만원을 이웃돕기에 써달라며 용인시에 기탁했다.

용인시가 이웃돕기 운동으로 하는 ‘개미천사 모금’에도 참여, 100계좌를 가입해 한 달에 10만4000원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

모씨는 그간의 선행을 인정받아 보건복지부가 수여하는 ‘2017년 행복나눔인상’을 받기도 했다.

모씨는 자신의 봉사활동이 널리 알려지길 바란다고 했다. 그 이유는 유명해지고 싶어서가 아니다. 자신과 같은 사람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모씨는 “더 나이 들기 전에, 건강할 때 조금이라도 더 남을 돕고 싶다”며 “힘이 닿을 때까지 이 일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인진 기자 ijcho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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