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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시집도 예고편?…문학동네 시인선 ‘미리 보는 시집’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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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호 기념 ‘티저 시집’ 펴내

150번째까지 나올 시인 50명

시와 짧은 산문 한 편씩 실어

‘시 읽기’ 열풍 이어갈지 주목

경향신문

“사랑은 말자/사랑해도 결혼은 말자/결혼해도 아이는 낳지 말자/가장 합리적인 방식으로/아이는 무럭무럭 시들어갈 테니/시들시들 메말라갈 테니/이렇게 이상하고 슬픈 나라에서/어쩌다 사랑에 빠졌다고 결혼하지 말자”(고은강, ‘고양이의 노래 5’ 본문 중)

“너무나 무섭고 슬픈 이야기”라는 고은강의 ‘고양이의 노래’는 ‘1’부터 있는 것일까, ‘5’에서 끝난 것일까. 아니면 ‘5’만 있는 것일까. 이렇게 시인들의 다른 시를 궁금해하라고, 기대하라고 기획된 한 권의 시집이 나왔다.

문학동네는 시인선 100호를 기념해 앞으로 나올 시인들의 작품을 ‘미리 보기’ 형식으로 엮은 ‘티저 시집’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를 최근 펴냈다. 이 시집에는 101번째부터 150번째까지 시집 발간이 예정된 시인 50인의 시와 짧은 산문이 각각 한 편씩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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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베개를 털어 말리고 눅눅한 옷가지에 볼을 부비다 너의 아름다움이 온통 글이 될까봐 쓰다만 편지를 세탁기에 넣고는 며칠을 묵혔다”(‘편지의 공원’)는 오병량 시인의 시 한 구절이 시집의 제목이 되었다. “우리는 키스를 모르는 나라에서 온 이민자들. 혹은 우리는 키스를 모르는 나라에서 온 야만인들입니다”(‘키스’)라고 낯설게 말하는 장석주 시인, “삶을 좀 우습게 봐줄 줄 알아야 삶도 널 우습게 보지 않지 않겠어?”(‘초자연적 3D 프린팅’)라고 기개를 펼쳐보이는 황유원 시인 등 시집에 수록된 시인들의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의 마음에 불씨를 던진다.

시 한 편에 덧붙이는 산문 한 편은 시인의 ‘창작 노트’와 같다는 게 문학동네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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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먼 하구에서부터 대지의 터진 강물을 달빛의 바늘로 가늘게 뜨고 있다//유령들의 물놀이처럼 바람//자자/왜 생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더 잘 보이는가//자자/생각의 입이 터져 노래를 부르는 노래방 간판이 꺼진다”(신용목, ‘유령들의 물놀이처럼’ 전문)

신용목 시인은 ‘결정적인, 그래서 아직 오지 않은’이라는 제목의 산문에서 “적막은 때로 밤의 교실을 열고 우리에게 가르쳐준다. 그리고 또 가르쳐준다. 이 균열과 어긋남과 낯섦이, 그것을 둘러싼 어떤 불편함이 우리의 미래를 두드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기다린다. 결정적인, 그래서 아름다운 무언가. 그것이 아직 오지 않았다고 믿으며 죽겠지만. 인생의 단 한순간, 어쩌면 인생 자체일지도 모르는 것을……”이라고 썼다.

시집을 편집한 김민정 시인은 “‘티저 시집’을 기획한 것은 독자들에게 안내하는 의미도 있지만, 시인도 편집자도 서로가 더 좋은 시집을 만들기 위해 책임감을 가져보자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2011년 1월 최승호 시인의 <아메바>로 시작한 문학동네 시인선은 최근 젊은층의 ‘시 읽기’ 열풍을 견인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박준 시인의 첫 시집 <당신의 이름을 지어다가 며칠은 먹었다>(2012)는 입소문을 타면서 최근 누적 판매 10만부를 돌파하기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시인선을 독자들과 공유한 것이 유효했다고 문학동네 측은 분석했다. 시의 특성상 SNS에 소구하기에 좋았고, 독자들이 스스로 SNS에 시인선을 알려나간 것도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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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시인선은 신인들이 한 걸음 더 내디딜 자리를 마련해줬다. 특집호인 50호를 제외하고 98권 중에 28권이 시인의 첫 시집이었다. 앞으로 나올 시집 50권의 시집에서도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다희 시인 등 신인 시인의 첫 시집이 20권이다. 김민정 시인은 “독자들이 SNS로 호응하고 신인 시인들의 이름을 불러냈다”면서 “독자들과 보폭을 같이하면서 100호까지 올 수 있었다는 게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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