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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박정호의 창업 실전강의]<5> 내 창업 아이디어는 정말 괜찮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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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을 꿈꾸는 사람들 중에는 뭔가 남다른 아이템이 있어 창업에 뛰어들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실제 공동창업 시에도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공동창업자에 비해 CEO가 될 가능성은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사실들은 창업자들이 아이디어에 크나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자신문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그렇다면 어떤 창업 아이템이 정말 좋은 아이템일까? 정말 창업 아이템은 창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요소일까?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전까지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아이디어를 찾아내려 애쓰곤 한다. 그리고 그런 아이디어가 훨씬 높은 수익을 가져다 줄 것으로 확신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누구도 생각지 못한 아이템을 기반으로 한 사업은 이전에 누군가 유사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기획했거나 이미 그런 사업을 수행 중인 경우에 비해 훨씬 험난한 경로를 거쳐야 실현 가능하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만나는 문제는 투자자를 설득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세상에 없는 무언가를 이해시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자신의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이미 유사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 기존 회사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이다. 기존 제품들과 자신의 제품은 어떠한 차이점이 있는지, 기존 서비스에 비해 어떠한 점이 개선되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이해와 동의를 이끌어 내기 훨씬 쉽다.

이런 관점에서 에어비엔비의 창업 초기 에피소드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에어비엔비는 설립한지 불과 7년 만에 자산가치 28조원 회사로 성장했지만, 창업 초기에는 투자자를 모집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에어비앤비 공동창업자 겸 CEO인 브라이언 체스키는 자신의 블로그에 투자 유치 실패담을 공개한 바 있다. 그에 따르면 2008년 사업 초기 1억5000만원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총 7곳의 벤처캐피탈을 접촉했지만, 그 중 5곳은 투자를 거부했으며, 2곳은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은 에어비엔비의 사업 모델이 천재적인 아이디어였음을 의심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창업 초기에는 이전까지 그 누구도 시도한 적이 없었던 에어비엔비 사업모델에 많은 투자자들은 의구심을 보였으며, 이로 인해 투자를 주저했던 것이다.

처음 시도되는 아이템의 경우에는 최종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어 내기도 쉽지 않다. 특정 물건이나 서비스가 구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해당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이해 내지 동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해하지도 못한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유사한 아이템을 접한 소비자들은 나름의 학습효과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존 아이템과의 차이점 내지 개선 내용만 잘 전달해도 충분히 구매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런 사실을 종합할 때 창업 아이템이 반드시 이전까지 누구도 생각지 못한 새로운 것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이전에 비슷한 아이템을 갖고 사업화를 구상한 사람이 있다면, 나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증거일 수 있다. 또한 이전에 유사한 아이템을 갖고 사업화를 시도하다 실패한 사례가 있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도 없다. '아이디어는 싸지만, 실행이 비싸다(Idea is cheap, execution is dear)'라는 격언에서도 들어나듯이, 사업의 성패는 아이디어에 의해 좌우되기보다는 실행력에서 좌우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오늘날 우리가 성공한 창업가와 기업으로 칭송하고 있는 수많은 기업들 대부분은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한 기업들은 많지 않다. 이전에 누군가 하고 있던 사업을 개선하고 발전시키면서 지금의 자리에 올라간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페이스북 이전에도 싸이월드가 존재했고, 아이패드 이전에 PDA가 존재했으며, 구글 이전에도 야후가 존재했다는 사실을 한번쯤 되새겨 보길 바란다.

박정호 KDI 전문연구원 aijen@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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