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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8 (일)

숙청된 사우디 자산20조원 왕자 '트럼프와의 앙금' 주목(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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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왕의 사촌…왕실 아웃사이더로 언론노출 즐기던 럭비공

트럼프에 "미국의 수치" 비난했다 "경제 되살린다" 최근 입장돌변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의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AP Photo/Hassan Ammar=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장재은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의 반대파 숙청 과정에서 지난 4일(현지시간) 체포된 억만장자 알왈리드 빈탈랄(62) 왕자는 '사우디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투자가 중 한 명이다.

6일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빈탈랄 왕자는 압둘아지즈 사우디 초대 국왕의 손자이자 살만 국왕의 사촌으로, 자산 규모가 180억 달러(약 20조원)에 이르는 아랍권 최고 부호다.

특히 그가 소유한 킹덤홀딩스는 디즈니, 애플, GM 등 글로벌 기업의 지분을 상당량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할리우드 콘텐츠 메이저 21세기폭스와 루퍼트 머독의 뉴스코퍼레이션의 2대 주주이기도 하다.

그는 최근 몇 년 사이 트위터, 차량 공유업체 리프트(Lyft), 시티그룹, 전 세계 곳곳의 최고급 호텔 등에 대규모 투자를 하며 사우디의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가로서의 명성을 굳혔다.

뉴욕타임스(NYT)는 그가 머독이나 빌 게이츠, 마이클 블룸버그와 같은 거물들과 사업 논의를 해온 인사라고 전했다.

미국 시사잡지 타임은 빈탈랄이 일찌감치 애플과 넷스케이프 커뮤니케이션에 투자해 막대한 수익을 내자 그를 '아라비아의 워런 버핏'이라고 표현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그의 갑작스러운 체포가 주요 글로벌 기업 투자에 미칠 영향 등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빈탈랄은 세계 경제계에서는 유명인사지만 사우디 왕실에서는 상대적으로 '아웃사이더'에 속한다.

그의 아버지는 1960년대에 억압적인 사우디 왕가에 반기를 들었고 그 이후로 그의 가문은 왕위 계승 가능성에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빈탈랄은 계속해서 언젠가 그가 왕위에 오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넌지시 비치곤 했다.

빈탈랄은 오마 샤리프 스타일의 콧수염에 늘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며 언론 매체에 노출되기를 즐기는 스타일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소개했다.

그는 트위터에 "이제 여성이 운전해야 할 때가 왔다"는 글을 올리는 등 사우디 정부에 개혁·개방을 촉구하는 언사를 서슴지 않다가 미운털이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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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탈랄 "공화당뿐만 아니라 미국의 수치, 못이길 터이니 대선 중도하차하시오"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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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내가 당선되면 빈탈랄 왕자가 더는 미국 정치인들 구워삶지 못할 것" 트윗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위터]



빈탈랄 왕자는 한때 재정난에 원군으로 나서고 투자를 지원하는 등 우호적인 방식으로 트럼프와 1990년대부터 인연을 맺었다.

그러다가 미국 대선 때 빈탈랄 왕자와 트럼프의 나빠진 관계가 갑작스럽게 노출됐다.

빈탈랄은 재작년 12월 12일 당시 후보이던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은 미국 공화당뿐만 아니라 미국 전체에 수치"라며 "절대로 승리하지 못할 것이니 미국 대선에서 기권하라"고 트윗을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멍청한 빈탈랄 왕자가 아버지의 돈으로 미국 정치인들을 통제하려고 하는데 내가 당선되면 그런 짓을 못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데 이어 본선에서도 대권을 낚으면서 사우디의 정책을 배후에서 좌우하는 실세가 됐다.

빈탈랄 왕자는 지난달 미국 매체를 통해 과거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꿨다.

그는 CNBC방송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덕분에 미국 증시가 5조3천억 달러 정도 가치상승을 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는 좋은 게 많다"면서 "주가 상승은 분명히 '오바마케어'(전국민건강보험법·ACA)가 폐지되고 세제개혁도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가능했다"고 호평했다.

CNBC는 트럼프 대통령이 실세 왕세자로 빈탈랄 왕자를 숙청한 모하마드 빈살만과도 친분이 있었다며 두 관계를 비교했다.

방송은 빈살만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사우디 방문을 기획했을 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큐슈너 백악관 선임고문과도 친분을 쌓았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쿠슈너 선임고문이 빈살만 왕세자에게 권력을 집중하기 위한 이번 숙청이 닥치기 직전 사우디를 비밀리에 방문한 사실을 따로 주목했다.

빈탈랄은 특유의 '럭비공 행보'로 서방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최근에는 이집트를 여행하던 도중 영감이 꽂힌 듯 이집트 관광산업에 8억 달러(약 9천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공언했다.

과거 한 전문가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빈탈랄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도널드 트럼프"라면서 "그는 일부 사우디인들에게는 성공의 상징일 수 있지만 다른 많은 이들은 그를 겉만 화려하다고 본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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