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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30 (화)

[기자24시] 데가지즘 열풍…변화 택한 세계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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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 15일(현지시간) 세계의 이목은 유럽의 소국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오스트리아가 현대사에서 전면에 부각된 것은 100여 년 전인 1914년 7월 세르비아에 선전포고를 하며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이후 처음이다.

총선 결과 오스트리아 국민은 중도우파 국민당을 제1당으로 선택해 만 31세의 제바스티안 쿠르츠 대표를 차기 총리로 낙점했다. 현존하는 국가지도자 중 최연장자인 짐바브웨의 로버트 무가베 대통령과는 무려 62세 차이다.

그동안 현대정치사에서 '젊은 피 수혈의 마지노선'은 40대였다. 한국에서는 1970년대 초반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이 주도한 '40대 기수론'이 있었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도 40대에 당선되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는 두 차례 세계대전과 냉전을 거치면서 안보 영역의 중요성으로 인해 정치권의 '보수화'가 주류를 이룬 영향 탓이 크다. 국민은 다양한 국정 경험을 갖춘 중량감 있는 지도자를 선호했다.

하지만 더 이상 40대는 '젊은 피'에 속하지 못하고, 30대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요즘이다. 거대 정당 간 연정이나 자리 바꿈에 염증을 느낀 국민은 변화를 원했다. 틀에 박힌 이념 및 복지 논쟁, 경제성장 정체 및 높은 실업률 등 기성 정치권은 무능력의 대명사로 낙인 찍혔다.

구체제의 청산을 의미하는 '데가지즘'에 대한 '시대정신'은 지난 5월 프랑스 대선에서 만 39세 신예 정치인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당선으로 상징됐다. 내년 이탈리아 총선에서 제1당이 예상되는 오성운동의 루이지 디마이오 대표 및 총리 후보는 올해 만 31세다. 선출직은 아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개혁을 주도하는 모하메드 빈살만 제1 왕세자도 올해 32세다.

마크롱 대통령 당선 때만 해도 "국정 경험이 일천한 젊은 정치인을 지도자로 선출한 국민의 심리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이 제기됐다. 그러나 취임 후 반년도 지나지 않아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정치·교육 개혁을 이끌며 '늙은 프랑스'를 깨우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민이 30대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하게 '좌고우면하지 않는 추진력' 때문이다. 기성 정치권이 각종 정치·경제·사회적 연결 고리로 인해 몸집이 무거운 반면 30대 정치인들은 이해관계에서 자유롭다. 기존 질서를 깨뜨리려 하기 때문에 독재자의 이미지가 강하지만 새로운 국가를 만드는 과정의 진통으로 이해해야 하지 않을까. 안정보다는 변화를 선택한 국민의 요구에 30대 지도자들이 어떤 성과를 낼지 지켜볼 때다.

[국제부 =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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