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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사립유치원 파업 대책?…임시돌봄도 '미봉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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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적응 고려 않고 공립·병설 배정에 급급
시도교육청 수용 의지 불구 학부모 신청도 저조
"이참에 국·공립 확실히 늘려라" 여론 악화


아시아경제

지난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가 연 '유아교육 평등권 확보와 사립유치원 생존권을 위한 유아교육자 대회'에 참가한 시립유치원 원장들이 '유아학비 공ㆍ사립 차별없이 지원, 사립유치원 운영의 자율성 보장' 등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오는 18일과 25∼29일 두 차례에 걸쳐 휴업을 강행할 예정이다. (사진: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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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조인경 기자]서울 공덕동에 사는 학부모 이은주(38) 씨는 14일 오후 늦게까지 해당 교육지원청 홈페이지를 들여다보며 망설이다 끝내 컴퓨터 화면을 꺼버렸다. 이제 6살, 만으로 4살인 딸아이가 다니는 사립유치원이 다음주 월요일(18일) 휴업하는 터라 정부가 지원하는 임시돌봄 서비스를 신청하려 했으나 '안전사고 발생시 임시돌봄 기관에는 일절 책임이 없음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동의서에 차마 사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이씨는 "집 앞에 매일 다니던 유치원을 두고 3.2㎞나 떨어진 모르는 동네 초등학교 병설유치원에 가야 하는데, 낯선 교실, 낯선 친구들 사이에서 꿔다놓은 보릿자루마냥 꼬박 하루를 보내야 할 아이를 생각하니 이 또한 못할 짓"이라며 "이젠 정말 회사를 관둬야 하나 머릿 속이 복잡하다"고 토로했다.

정부의 엄단 의지에도 불구하고 오는 18일부터 대부분의 사립유치원들이 재정지원 확대ㆍ국공립 신설 반대를 요구하며 집단 휴업을 강행할 태세다. 이에 아이들을 보낼 때가 없어진 맞벌이 부모들은 발만 동동 구르며 직장에 휴가를 내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각 시ㆍ도교육청이 내놓은 임시돌봄 서비스에 대한 불만도 높다.

우선 정부가 지난 12일 발표한 임시돌봄 서비스 제공 방침에 놓고 부모들의 불만이 거세다. 정부 방침에 따라 각 지역 교육지원청들은 14일 낮, 또는 14일 오후까지 신청을 받아 주말 이전인 15일까지 부모들에게 임시돌봄이 가능한 유치원을 배정해 통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상당 수 학부모들은 이 임시돌봄 서비스 이용에 회의적인 반응이다. 서울의 경우 공립ㆍ병설유치원 202곳에서 최대 1만2000명의 아동을 추가로 수용할 계획이었지만 마감시한을 넘긴 14일 오후 4시까지 접수된 신청서는 100건을 조금 넘는 수준이다. 경기도의 경우 임시돌봄을 위한 추가 수용가능 인원을 약 8000명으로 파악했지만 15일 오전 현재 서비스를 신청한 학부모는 1400명에 그치고 있다.

이같이 신청률이 저조한 데는 우선 정부와 유치원들의 무책임한 태도 탓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임시돌봄을 이용하려 할 경우 '안전사고 발생시 임시돌봄 기관에는 일절 책임이 없음에 동의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동의서에 사인을 요구하고 있는데 ,불안을 느낀 부모들이 선뜻 서명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학부모 박주연(경기 일산) 씨는 "정부가 임시돌봄을 제공한다고 해서 기대했건만 그 방식이 선착순으로 신청받아 여기저기 병설유치원에 끼워넣는 형태"라며 "고작 하루, 반나절 시간이지만 아직 적응기간이 필요한 유아들에게 급하면 여기라도 가라는 식의 돌봄은 돌봄이 아니라 학대나 방임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학부모 최지원(서울 신천동) 씨는 "병설유치원도 준비가 덜 됐을테니 임시돌봄 아동들은 급식을 줄 수 없어 별도로 도시락을 싸와야 한다는 것까진 이해한다"며 "하지만 안전사고가 발생해도 책임 못진다는 소리를 듣고도 아이를 맡길 부모가 몇이나 있겠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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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수업중인 어린이들(사진은 기사 본문과 관계 없음)


임시돌봄을 맡게 된 유치원들도 불만이다. 서울의 한 병설유치원 교사는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는 정부의 입장이 이해는 가지만 파업은 사립이 하는데 왜 그 책임을 공립이 져야 하냐"며 "각 교실마다 법적으로 정해진 숫자 이상으로 아동을 받는 셈이라 기존에 있던 아이들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파업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에 대한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이 단체의 이덕선 부이사장은 14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 "현재 맞벌이 부모들을 위해 국가에서 공립학교 등을 통해 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해서 (사립유치원들이) 마음 편하게 휴업할 수 있어서 참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학부모 김현아(경기 수지) 씨는 "이런저런 논란이 있지만 어째든 공립은 학부모의 학비 부담도 없고 무엇보다 함부로 단체휴업과 같은 집단행동을 하지 못하지 않느냐"며 "사립유치원의 휴업을 막을 수 없다면, 차라리 정부가 하루 빨리 국공립 유치원 숫자를 확실히 늘려 달라"고 요구했다.

조인경 기자 ik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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