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공정위 찾아간 이해진 vs 총수 지정 담담한 김범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다음달 1일 공정거래위원회의 '준대기업집단' 지정을 둘러싸고 국내 1·2위 인터넷 기업이 서로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1위 기업 네이버는 "창업자 이해진은 총수가 아니다"고 항변하고 있는 데 반해 2위 기업 카카오는 "김범수 총수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이다.

이해진 전 네이버 의장은 최근 자사 법무 담당 임원들과 함께 세종시에 위치한 공정위를 찾아가 "대기업집단 총수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있는 만큼 '총수 없는 대기업'이 마땅하다는 논리였다. 그런데 카카오는 '대기업집단 총수로서 김범수 의장'에 대해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카카오 관계자는 "공정위 결정에 어떠한 형태 이의도 제기할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둘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소유와 경영에서 두 기업은 확연한 차이가 있다. 먼저 카카오를 보자. 카카오는 실질적으로 김범수 의장 본인과 친인척들이 35%를 조금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김 의장도 이사회 의장 직무를 수행하며 카카오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지배주주로서 소유하고 있고, 경영도 하고 있기 때문에 총수가 아니라는 주장을 하기 어렵다. 카카오는 지난해 대기업집단에 이미 지정됐다가 해제됐다. 그 때문에 친인척 기업이 낱낱이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김 의장 막냇동생 김화영 씨가 빌딩위탁관리업체 오닉스케이를, 카카오 지분 2.3%를 갖고 있는 김 의장 처남인 형인우 씨는 투자회사 스마트앤그로스를 100% 소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친인척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들도 다 드러난 상태다.

네이버는 이 전 의장의 현재 공식 직함이 해외투자를 총괄하는 글로벌 투자책임자(GIO)로, 등기이사 중 한 명에 불과할 뿐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이 이사회를 통해 이끌어간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의장의 지분율(4.64%)도 낮고 일가친척 참여도 없다고 했다. 네이버는 "단순 투자 목적이라면 몰라도 친인척 지분은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네이버 경영에 대한 이 전 의장의 '실질적' 입김이 과연 없을 것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아직 계속되고 있다. 특히 일본, 대만, 태국 등 모바일 메신저시장을 평정해 온 이 전 의장 실적 때문에 주주, 임직원은 물론 외부 관계자 대부분은 그를 실질적 오너로 여기고 있다. 김보원 KAIST 경영대학 교수는 "과거 사례를 보면 지분율이 1% 미만이라도 실질적으로 경영을 한다면 재벌 총수로 보는 경우가 있었다"며 "실질적 지배력이 총수 지정 여부의 근거가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시장에 대한 다른 인식도 두 기업 행보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는 국외 사업 비중이 높아 '총수가 있는 재벌기업'으로 지정되면 이미지에 악영향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는 '라인' '네이버차이나' '네이버프랑스' 등 국외에서 이미 많은 사업을 하고 있고 확장하는 추세다. 소프트웨어 회사인데 '재벌'이라면 거래 상대방은 물론 투자자들도 색안경을 끼고 볼 것이라는 게 네이버 측 염려다. 반면 카카오는 상대적으로 국외 사업 비중이 높지 않다. 필리핀, 싱가포르, 중국, 일본, 미국 등에 법인이 있지만 주로 국내 사업에 집중할 뿐 국외 매출이나 국외 자산 비중은 높지 않다.

네이버와 카카오 같은 기업들을 재벌기업으로 분류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에 대한 근본적 논란도 있다. 김보원 교수는 "산업화 과정에서는 재벌들이 문어발식 확장을 하면서 다른 기업이 성장할 생태계를 파괴하고, 총수 일가들이 회사 자산을 부당하게 편취하는 사례가 많았다"며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가 과연 그런 기업들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신현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