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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퓰리처상 수상 소설가의 '결혼이라는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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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결혼이라는 소설', 책


【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나는 지금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얘기하는 거란다. 네가 만약 레너드와, 아니면 그게 누구든 어떤 젊은 남자와 함께 살기로 했는데 직장이 있는 당사자가 그 남자 쪽이라면 너는 불리한 입장에서 시작하게 되는 거야. 너희 두 사람이 사이좋게 지내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니? 그러면 너는 어디에 있겠니? 어디든 지낼 곳이 아무 데도 없을 거야. 혹은 할 일도 전혀 없을 테고."(1권, 36쪽)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 소설가 제프리 유제니디스의 '결혼이라는 소설'이 국내 번역·출간됐다.

20년 동안 '처녀들, 자살하다'(1991), '미들섹스'(2002), 단 두 편으로 미국 현대 문단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한 유제니디스는 2011년 세 번째 작품 '결혼이라는 소설'을 발표했다.

이 작품은 출간되자마자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가디언'·'워싱턴포스트'·'살롱'·NPR이 꼽은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살롱' 소설상까지 받으면서 독자와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결혼이라는 소설'은 미국 동부 명문대 졸업생 3명의 얽히고 설킨 인연과 사랑을 통해 현대 젊은이들의 고민·방황을 그린 소설이다.

브라운 대학교 영문과 재학 중인 매들린은 매력적이지만 불안한 남자와 착하지만 평범한 남자 사이에 선 여자다.

매들린은 아버지가 모 대학교 총장을 역임하기도 한 중산층 집안의 차녀로, 영문학에 심취해 졸업 후 대학원에 진학해 학자가 되기를 꿈꾼다. 그러나 4학년 마지막 학기에 들어간 기호학 수업에서 우연히 공대생 레너드와 사랑에 빠져 졸업 학기를 연애하느라 시간을 보내다 대학원 전형에 모두 떨어지고 만다.

레너드는 빛나는 지성과 함께 우울한 남성적 매력을 풍기는 남자다. 알코올중독인 부모님 밑에서 감정적 불안을 겪으며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명석한 두뇌 덕분에 브라운 대학에 입학한 수재다.

매들린과 레너드는 집안 분위기와 성격 차이에도 불구하고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매개로 소용돌이 같은 사랑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졸업 후 레너드가 유명 생물학 연구소의 인턴 자리를 얻게 돼 매들린과 동거를 시작하지만, 레너드의 조울증이 점점 심해지면서 연애에도 점점 부정적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

"레너드와 함께 냉방이 되지 않는 그의 아파트에서 보낸 길고 무더운 여름과 그 후 필그림 레이크의 숙소에서 보낸 두 달은 매들린에게 '조울증 환자와 결혼했다'라는 게 어떤 것일지에 대해 충분히 인식하게 했다. 처음에는 그들의 화해가 모든 어려움을 보이지 않게 가려 버렸다. 레너드가 그녀를 필요로 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은 일종의 쾌감을 주었다. 하지만 여름이 지나고 레너드가 뚜렷하게 나아지지 않으면서, 그리고 특히 그들이 케이프 코드로 옮기고 나서 오히려 악화된 것처럼 보이면서, 매들린은 질식할 듯한 기분을 느끼기 시작했다."(2권, 283쪽)

한편 매들린의 절친한 친구이자 순진한 심성의 종교학도 미첼은 매들린의 부모님께도 인정받는 모범생이다.

짝사랑했던 매들린이 레너드에게 푹 빠지게 되자, 그는 아르바이트로 경비를 모아 유럽과 인도로 여행을 떠나 다양한 사건을 겪으며 성숙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그 와중에 진로와 사랑 모두 삐걱거리며 건강하지 못한 관계로 치닫게 된 매들린·레너드 커플은 답을 찾을 수 없는 막막함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으로 '결혼'이라는 무모한 선택을 하기에 이른다.

작가는 반전과도 같은 결말 부분을 통해 이 시대에 과연 결혼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전통 소설 속에서와 같은 낭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회, 정해진 관습대로 정해진 신분대로 살며 사랑만 얻으면 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미래에 대한 확신도, 타인에 대한 확신도 부족한 현대에서 결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단상을 남긴다. 김희용 옮김, 1권 580쪽·2권 430쪽, 민음사, 1권 1만6000원·2권 1만5000원.

snow@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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