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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우리말 톺아보기] 닭도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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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도리탕’에서의 ‘도리’가 일본어 ‘とり‘(鳥)가 아니라 우리말 ‘도리다(도려내다)’라는 주장이 있다. ‘닭도리탕’이 ‘닭고기를 토막 쳐서 양념과 물을 넣고 끓인 음식’이니 언뜻 보면 아귀가 맞는 말인 듯하다. 그러나 이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

우리말 조어법상 ‘닭을 도려내서 만든 탕’의 뜻으로 ‘닭도리탕’이란 낱말을 만들기는 어렵다. ‘볶음밥’ ‘비빔밥’ ‘곰탕’ ‘북엇국’ ‘갈비탕’ 등을 보라. 조리법을 나타내는 동사(볶다, 비비다, 고다)에 명사형 어미(ㅁ,음) 붙이거나 재료 이름(북어, 갈비)을 써서 음식 이름을 만들었다. 우리말이라면 ‘닭도리탕’이 아닌 ‘닭도림탕’이든지 ‘닭(고기)탕’을 썼을 것이다. 이중 ‘닭탕’은 국어사전에도 수록되었다.

닭탕-湯 [북한어] 잘게 토막 친 닭고기를 양념에 재웠다가 끓인 탕국. 국물은 고기가 절반쯤 익었을 때 두며 거의 익으면 당근, 파, 감자 따위를 더 넣고 양념을 한다(표준국어대사전).

사전에서는 ‘닭탕’을 북한어라 했지만, 이 말은 분단 이전에도 이후에도 우리 신문에서 쓰였으니 남북 모두의 말일 것이다. 게다가 ‘닭탕’을 ‘도리탕’과 분명히 대응시킨 기사도 있다.

접시가 ‘사라’, 젓가락이 ‘와리바시’, 쟁반을 ‘오봉’, 닭탕을 ‘도리탕’, 차게( ㆍ냉)를 ‘히야시’ 등 그리고 흔히 많이 쓰고 있는 바지를 ‘즈봉’, 웃도리 또는 저고리를 ‘우와기’ 등… 열거하자면 한이 없다(동아일보, 1982.9.2).

위 기사를 앞의 내용과 종합해 보면 일본어 잔재인 ‘도리탕’이 우리말 ‘닭탕’을 대체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도리탕’이 ‘꿩도리탕’이나 ‘오리도리탕’으로 확대돼 쓰이면서 ‘닭도리탕’도 만들어졌을 것이다.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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