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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관원 잡는 백정’ 중국 인권운동가 체포 2년 만에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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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5년 활동가·변호사 100여명 연행 ‘709 사건’

온라인 여론 유명인사에 ‘국가 전복 혐의’ 씌워

본인은 재판 전 성명에서 “죄 없다. 기본권 행사”



한겨레

중국에서 2년여 전 인권운동가 및 변호사 100여명이 대거 연행·실종됐던 사건과 관련해, 인터넷을 기반으로 인권운동을 벌였던 활동가 우간(44)의 재판이 14일 열렸다.

톈진 제2중급법원은 이날 오전 8시30분부터 우간 관련 재판 개시를 공고하면서도, 일부 재판 내용은 기밀에 해당돼 비공개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서구 및 홍콩 언론들은 경찰이 법원 정문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모두 봉쇄했으며, 제복 차림의 대규모 경찰 병력과 검정색 우산을 든 사복 경찰이 주변 행인을 감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으면 관용차량에 태워 현장을 떠나도록 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서구 외교관과 외신기자 10여명이 현장에 도착했지만 수십명의 사복 경찰이 둘러쌌고, 경찰에 붙잡혀 인근 파출소에 구금된 이도 20명이 넘었다.

법원은 이날 심리를 진행한 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공식 계정을 통해, 재판에서 검찰은 각종 증거를 제시하며 피고인 우간의 범죄 사실을 입증했으며, 우간은 자신의 형사법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공개로 진행된 탓에 이같은 내용은 별도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우간은 재판 전 아버지를 통해 전한 성명에서 “나는 죄를 인정하지도, 자신을 변호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나는 범죄를 저지른 적이 없고 오직 기본권을 행사했을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의 변호인은 “지금은 여러 이유에서 언급하기가 불편하다. 역사가 해석할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우간은 국가·정권 전복 선동 및 공공질서 문란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인권변호사 왕위, 저우스펑 등이 소속됐던 펑루이 법률사무소의 행정직원이었으며, 2015년 7월9일부터 진행돼 ‘709 사건'으로 불리는 대규모 연행 때 ‘행동책'으로 지목됐다. 당시 관영매체들은 이 법률사무소 관계자들이 ‘권리 보호'를 구실로 여론을 조직하고 민원을 내며 사회질서를 어지럽혔다고 했다. 우간의 재판에서도 검찰은 “오랫동안 서구 반중 세력의 영향을 받아 진상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선동하면서 국가·정권에 대항하도록 했다”는 혐의를 주장한다.

우간은 인터넷에서 ‘매우 저속한 백정'이라는 필명을 쓴 탓에 흔히 ‘백정'으로 불려왔다. 그는 2009년 후베이의 발안마사 여성 덩위자오가 성폭행을 하려던 관원을 살해한 사건과 관련해, 인터넷 여론 몰이를 자청하면서 처음 이름을 얻었다. 상세한 사건 내용과 수사 및 재판 경과 등을 인터넷에 공개하면서, 재판은 전국적 관심 속에 진행됐고 결국 덩은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도 실질적 처벌은 면했다. 우간의 이같은 여론 몰이 방식은 그의 필명에 빗대 ‘돼지 잡기 모델'로 불리며, 관원들이 연루된 기본권 침해 사건의 모범적 해결 방식으로 여겨져왔다. 중국 인권운동가들은 그를 “최근 중국의 인권 투쟁에서 가장 유명한 활동가”, “인터넷 동원과 평화적 행동의 운동가”로 부른다.

우간은 성명에서 “무거운 처벌이 내려질 것을 알지만, 나의 행동이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2015년 5월 장시성 법원 앞에서 잘못된 판결로 수감됐다고 주장하는 4명을 위한 시위를 하던 중 체포됐으며, 뒤이어 ‘709 사건’에도 연루됐다. 14일 재판은 그가 구금된 지 27개월 만에 열렸다.

베이징/김외현 특파원 osca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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