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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독일 재무차관 “베를린에서 독일어보다 영어 더 잘 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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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관광객·이민자 늘어 “너무 많은 사람 영어 써” 지적

브렉시트 맞물려 독일어 영향력 넓히려는 시도도



한겨레

베를린중앙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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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와 관광객이 몰리는 독일에서 고유 언어를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지고 있다.

<가디언>은 14일 옌스 스판 독일 재무차관의 인터뷰를 소개하며, 수도 베를린에서 독일어보다 영어가 더 잘 통하는 웃지 못할 세태를 꼬집었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들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스판 차관은 최근 <노이에 오스나브뤼커 차이퉁> 인터뷰에서 독일 언어와 학문을 지켜내야 한다고 강조하며 “베를린의 식당에선 이제 더 이상 독일어가 통하지 않는다”며 “독일인은 언어 문제에 둔감하다. 세계적 관광도시인 파리에서도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판 차관은 이어 “베를린 프렌츠라우어베르크나 미테 지역에선 관광객과 영어권 이민자들이 다수 몰려 영어가 공용어처럼 사용되고 있다”며 “원주민과 이민자의 평화로운 공존을 위해 모두가 독일어를 사용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모든 이민자에게도 독일어 사용을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근 작가 도미니크 드루츠슈만도 “영어를 못 한다는 이유만으로 베를린 생활이 어려워져선 안 될 것”이라며 이런 주장에 힘을 실었다.

독일에서도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비시>(BBC) 방송은 영어 사용이 더 이상 교육적 차원이 아닌, 사회적 이슈로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이민자 증가로 기존의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언어마저 빼앗길 수 없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정부는 ‘언어 지키기’의 최후 보루로 외국인의 영주권 취득에 앞서 독일어 학습을 의무화했다. 하지만 유럽연합(EU) 내의 이동의 자유 때문에 유럽국 출신 이민자에겐 적용되지 않는다.

이런 기류는 영어 종주국인 영국의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와 맞물려 정치적으로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 11일 귄터 크리흐바움 기독민주당 의원, 악셀 셰퍼 사회민주당, 요하네스 징하머 기독사회당 의원은 메르켈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브뤼셀(유럽연합)에선 너무나 많은 문서가 영어와 프랑스어로만 발행되고 있다”며 “정부가 유럽연합 기관과 공식행사에서 독일어 사용에 앞장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영어가 유럽연합에서 영향력을 잃고 있다”며 지난 5월과 6월 잇따라 프랑스어와 독일어로만 연설을 진행한 바 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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